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인근에서 열린 ‘농촌 왕진버스’ 운영 현장.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허리디스크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어요. 병원에서는 약만 타왔는데, 여기서는 한방과 양방 치료를 함께 받을 수 있으니 전신을 점검하는 기회가 돼서 좋네요.”

18일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인근에서 열린 ‘농촌 왕진버스’ 운영 현장에서 만난 김정섭(87)씨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농촌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농촌 왕진버스’ 사업이 올해로 2년 차를 맞았다. 지난해 첫 도입된 이 사업은 전국 110개 마을을 대상으로 시행돼 약 9만1000명이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포천시를 시작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해 연간 15만명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농촌 지역은 전국 평균(17.7%)보다 높은 25%의 고령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아 치료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의료기관 수는 군 지역 6097개(8%)에 불과해, 시·구 지역(7만4000여개)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이에 농식품부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 방문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농촌 왕진버스’ 사업을 도입했다. 기존 ‘농업인 행복버스’를 확대·개편한 것으로, 지난해 300회 운영을 통해 9만1000명이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93억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연간 15만명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예정이다.

‘농촌 왕진버스’ 사업은 농촌·농업지역으로 지정된 읍·면 단위에서 진행된다. 응급의료 취약지와 민간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도 우선 대상에 포함된다. 진료 대상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농업인, 독거노인, 장애인, 의료급여 수급자 등 의료 취약계층이다.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인근에서 열린 ‘농촌 왕진버스’ 운영 현장.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날 포천시 소흘읍 행사장에는 양·한방 협진 진료, 물리치료, 치과·안과 검진, 구강 관리 검사 등이 마련됐다. 주민들은 혈압·혈당 검사부터 한의학적 진단까지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구강 관리 검사와 돋보기 지원, 골밀도 검사 등 노년층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됐다. 한 어르신은 “안과 검진까지 받을 줄 몰랐다”며 “평소 눈이 침침했는데 검사해 보니 돋보기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서비스 지원 규모도 확대됐다. 1인당 양방·한방 진료비 6만원, 구강·검안 보건서비스 3만원이 지원된다. 올해부터는 기존 종합병원, 치과·한방병원 등과 협업하는 방식에 더해 지역 보건소와의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농촌 왕진버스’ 사업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재택 방문진료 서비스’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오늘 포천시 가산면에서 처음으로 ‘농촌 왕진버스’가 출발했다”며 “왕진버스 외에도 농촌 지역에 특화된 보건·의료·생활 서비스를 연계·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