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C커머스)의 국내시장 잠식이 심화하는 가운데, 범정부 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테스크포스(TF)’ 활동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5월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 대한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이 소비자 반발로 무산된 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점검 회의만 열렸다. 여기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소액 수입물품 면세제도 개편’ 등 논의가 필요한 주요 방안의 추진 동력도 잃어버린 상태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해외직구 종합대책 TF’는 지난해 8월 점검 회의를 개최한 후 추가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TF는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구가 급증하자, 소비자 보호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3월 7일 구성됐다. 국무조정실 주도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식품안전의약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14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앞서 TF는 지난해 5월 16일 출범 후 첫 소비자 보호책으로 KC 미인증 제품의 직구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해외 직구 과정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유해 제품을 걸러내겠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곧바로 ‘정부가 사실상 해외 직구를 차단한다’는 반발에 부딪혔고, 사흘 만에 KC 인증 의무화 정책을 철회했다.
방안에는 ‘소액 수입물품 면세제도 개편 검토’도 포함됐지만, 해당 논의는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이후 TF의 활동은 추가 대책을 강구하기보다, 위해 제품 판매 현황 등에 대한 점검·조사 등 지난해 5월 발표한 다른 정책들을 점검하는 데 그치고 있다.
국조실 관계자는 “지난해 5월 KC 인증 사태로 소비자 반발이 크게 일어난 후 반기별로 부처마다의 추진 정책을 점검하기로 했다”며 “현재 관세청, 환경부, 식약처 등 부처를 중심으로 안전성 조사를 하고 있으며 점검 결과를 국민이 알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중단된 면세제 개편 검토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 따라 국내에서는 직접 사용 목적으로 해외구매 물품을 들여올 때 가격이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하면 수입신고 없이 관·부가가치세 등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는 중국 플랫폼을 통한 소비가 국내 소비보다 더 쌀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국내 기업에 역차별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중국산 소액 상품에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관세법을 일부 개정함으로써 외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관세청에 등록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C커머스 기업들에 대한 과세 징수 기반을 구축해둔 것이다. 하지만 범정부 차원의 TF 활동이 지지부진한 상황인 만큼,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TF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정부 관계자는 “작년 5월 KC 인증 사태 이후 TF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12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까지 이어지면서 TF를 견인할 동력도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국조실 관계자는 “면세는 기재부 검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동안 C커머스의 공습은 더 거세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 직구 추정액은 4조7772억원으로 전체 직구액(7조9583억원)의 60%를 차지했다. 23.9%에 그쳤던 2020년에 비해 약 40%포인트 급증했다. 여기에 지난 1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사업이 어려워진 중국 업체들이 한국을 향해 더 큰 저가 물량 공세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