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기업가치가 주요국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인도네시아나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주주환원을 늘려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BOK이슈노트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김선임 국민소득총괄팀 차장과 손달호 대구경북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이 공동 집필했다.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성장률은 연평균 2.5%로 집계돼 일본(-0.1%)과 영국(0.0%) 등 일부 선진국보다 높았다. 부채비율은 2.4%로 주요국 평균(2.9%)을 밑돌았다.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중 국영 기업이 많은 중국과 자료가 부족한 호주·사우디아라비아, 단일국가가 아닌 유럽연합(EU)을 제외하고 조사한 결과다.

그러나 자본 대비 시가총액(PBR)과 토빈큐(Tobins’ Q·자산의 시장가치를 장부가치로 나눈 것)를 바탕으로 평가한 우리나라의 기업가치는 최하위 수준이었다. 한국 기업의 PBR은 1.4로 고성장 국가(인도 5.5) 및 선진국(미국 4.2, 영국 3.3)보다 낮았으며, 토빈큐는 2.1로, 주요국(인도 6.2, 미국 4.8, 영국 3.9)에 비해 낮았다. 두 수치 모두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도 뒤처졌다. 전체 16개국 중에서는 14위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낮은 주주보호와 주주환원을 꼽았다. 주주보호란 기업의 지배구조 및 정부 규제가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수준을 뜻하며, 주주환원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기업 이익을 주주와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주주보호 점수(6.8)는 분석대상 국가 16개국 중 12위였고, 주주환원 수준을 보여주는 배당 성향(27.2)은 16개국 중 최하위였다.

연구진은 패널회귀 모형을 통해 주주보호와 주주환원 수준이 높을수록 기업가치가 오른다는 것을 증명했다. 분석 결과 주주환원 규모는 기업가치와 유의하게 양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주보호 지표도 대체로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특히 금융업 등 자본지출의 필요성이 적은 산업일수록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연구진은 “주주보호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일반주주 보호,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의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을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