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국가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가 12일 오전 0시를 기해 발효됐다. 미국은 이번 철강·알루미늄을 시작으로 4월 2일부터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수출 품목에 대한 25%의 관세에 더해 상대국의 관세율 및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한 '상호관세'까지 예고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을 한층 더 비관적으로 조정했다. 정부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정부는 “3개월째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진단하면서, 매월 경기 하방 요인을 추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표한 3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에서 “우리 경제는 소비 ·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출 증가세 둔화, 경제 심리 위축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하방 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는 3개월 연속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가 보는 경기 하방 요인도 매번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 하방 요인으로 지난 1월 고용 둔화를, 지난 2월 소비·건설투자 부진을 추가했다. 이달에는 수출 증가세 둔화까지 포함하면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더욱 강하게 내비쳤다.

수출 둔화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26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 증가했다. 지난 1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어들었다가, 한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셈이다. 하지만, 일평균 수출액으로 보면 수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연간 기준 25억3000만달러였으나, 1월 24억6000만달러로, 지난달 23억9000만달러로 감소했다.

그간 수출 증가세를 이끌어온 반도체 수출도 둔화되는 모양새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 감소했다. 작년 1분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7% 증가했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34%로 증가율이 둔화됐다. 지난 1월에는 8.1%까지 증가율이 내려갔고, 지난 2월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는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기재부는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관세 조치를 시행하고, 이달 12일부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등 트럼프의 보호 무역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며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추가될 경우, 올해 경제 성장률은 전망치(1.8%)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조성중 경제분석과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3월 경제 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

수출 뿐만 아니라, 경제 지표는 전반적으로 악화하는 모양새다.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감소’했다. 트리플 감소가 나타난 건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 만이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4.2%,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전월 대비 4.3%, 전년 동월 대비 27.3% 줄었다.

다만, 고용과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2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6000명 증가하며, 지난해 10월~올해 1월 대비 개선됐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1.7%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p) 상승했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 상승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1.8%,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1.9% 상승하며 안정 흐름을 지속했다.

정부는 소비 심리 회복세를 긍정 요소로 꼽기도 했다. 2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5.6% 증가해 전월(10.5%)대비 개선됐다. 2월 카드 국내 승인액도 지난해 2월보다 6.8% 증가하며 전월(1.7%) 대비 증가율이 커졌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해 12월 88.4에서 지난 1월 91.2, 지난달 95.2로 회복세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로, 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기재부는 “소비 심리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경기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한편, 정부는 경기 하방 압력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1분기 ‘민생·경제 대응 플랜’을 통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일자리, 서민 금융,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또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국내 기업 피해 지원, 첨단전략산업기금 설치 등 통상 리스크 대응책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