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기간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설 연휴에 임시공휴일까지 붙였지만, 소비 진작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되려 임시공휴일은 생산과 수출 감소를 야기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5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101.2(계절조정)로 전달보다 0.6% 하락했다. 통신기기와 컴퓨터 등 내구재에서 판매가 늘었으나, 의복 등 준내구재(-2.6%), 화장품 등 비내구재(-0.5%)에서 판매가 줄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이래 11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비스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도소매업 생산은 도매와 소매, 자동차 판매업 모두 감소하며 전월 대비 4.0% 줄었다. 운수 및 창고업도 항공운송업과 수상운송업에서 모두 감소하며 3.8% 줄었고, 금융·보험업도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숙박 및 음식점업은 전월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진작을 위해 설 연휴에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던 정부로선 기대했던 부양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정부는 소비를 명확하게 살리진 못했지만, 더 나빠질 수도 있는 걸 선방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년 동월비 기준으로 보면 장기간 감소하던 소매판매가 보합 전환한 점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지표만 놓고 보면 소매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보합세를 보인 것보다는 조업일수 감소로 생산이 줄어든 게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지난 1월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5%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4.2% 줄었다.
제조업 출하 영향은 더 컸다. 지난 1월 제조업 출하는 전년 동월 대비 7.4% 감소했다. 자동차(-13.0%), 전기장비(-17.0%), 1차금속(-11.0%) 등 가중치가 큰 업종의 출하가 크게 줄었다.
제조업 재고/출하 비율은 재고(-0.3%)보다 출하가 크게 감소하면서 6.5%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월 한국의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0% 이상 크게 감소한 것도 조업일수 영향이 컸다. 월말 출하와 선적 작업이 제한되면서 15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가던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계기가 됐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3p 하락했다. 전달(-0.1p)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했고, 낙폭도 더 커졌다. 향후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경제심리지수는 작년 9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내수 전망도 불투명하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전망치 대비 0.4%p 하향 조정한 1.5%로 제시했다. 한은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소비 흐름과 관련해 “향후 민간소비는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는 고용 및 심리위축, 가계 소득 개선 약화를 통해 민간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내수 등 민생경제 회복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면서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관세 대응 수출바우처 도입 등 우리 기업 피해지원을 강화하고, 무역금융 역대 최대 366조원 공급 등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