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이 20일 충북 청주의 양조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오크통에서 숙성한 제품을 마셔보니 깊은 맛이 나네요. 우리 쌀로 만든 증류주가 위스키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 같아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산 쌀을 활용한 위스키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송 장관은 20일 충북 청주의 전통주 제조업체 조은술세종을 찾아 양조 시설을 살펴보고, 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조은술세종 양조장 안으로 들어서자 술 빚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발효통에서는 국산 쌀로 빚어진 술이 익어가고 있었고, 주입기에서는 증류된 술이 빈 병을 채우고 있었다.

송 장관은 이날 조은술세종의 증류주 ‘이도42′를 시음했다. 송 장관은 “일본의 숙성 사케처럼 깊은 맛이 난다”며 “우리 쌀을 활용한 증류주가 위스키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국내 전통주 시장을 키우고, 이를 통해 현재 구조적으로 과잉 생산되는 국산 쌀의 소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일본의 전통주 산업을 롤모델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일본은 사케 산업이 발달하면서 연간 30만 톤의 쌀을 소비한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주 업계에서 사용하는 국산 쌀은 5000~6000톤 수준에 불과하다. 송 장관은 “(전통주 업계에서 사용하는 국산 쌀 규모를) 5년 내 3만톤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증류주는 막걸리보다 훨씬 많은 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쌀 소비 촉진에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호 조은술세종 대표는 “같은 양을 만들 때 막걸리보다 증류식 소주나 위스키는 쌀이 7배 더 들어간다”며 “위스키 같은 고도주는 쌀 소비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충북 청주의 전통주 제조업체 조은술세종 양조장 모습. /김민정 기자

정부는 국산 쌀 소비 확대를 위해 전통주 관련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현재 전통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역 농산물 100%를 사용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95%로 완화해 나머지 5%는 전국 단위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송 장관은 “기존 규정 때문에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 개정으로 업계 부담을 덜고 국산 쌀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주의 세제 혜택도 확대했다. 현재 발효주(막걸리·청주 등)는 연간 500㎘(킬로리터) 이하, 증류주(소주·위스키 등)는 250㎘ 이하만 주세 50% 감면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이를 각각 1000㎘·500㎘로 두 배 확대하고, 30% 감면 구간도 신설하기로 했다.

전통주 규제 완화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전통주 인정 기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호 대표는 “주세법상 막걸리는 ‘탁주’나 ‘살균탁주’로 분류된다”며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생막걸리와 막걸리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막걸리에 들어가는 국산 쌀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도 지적했다. 조은술세종의 연간 쌀 소비량은 500~600톤에 달하지만, 국산 쌀 비율은 60~70%에 그친다. 경 대표는 “막걸리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 국산 쌀보다 수입산 쌀을 더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산 위스키와 K푸드를 페어링해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류 콘텐츠 확산을 통해 세계인들이 익숙해진 한식에 한국 술을 얹겠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한식과 함께 전통주를 세계 시장에 내보낼 것”이라며 “재외공관과 경제단체를 통해 국산 위스키를 해외 시장에 적극 홍보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