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령 버스·택시 기사의 운전 적성 검사를 강화한다. 기존에는 검사 항목 중 ‘불량(5등급)’이 2개 이상일 경우에만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앞으로는 사고 발생과 관련성이 높은 4개 항목에서 ‘미흡(4등급)’이 2개 이상일 경우에도 운전이 제한된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5월 발표한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의 후속 조치다.
현재 만 65세 이상 버스·택시·화물차 운전자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격 유지 검사를 정기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만 65~69세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운전 적성 검사 기준을 한층 강화한 점이다. 운전 적성 검사는 ▲우수(1등급) ▲양호(2등급) ▲보통(3등급) ▲미흡(4등급) ▲불량(5등급) 등 총 5단계로 나뉜다. 기존에는 7개 검사 항목 중 ‘불량(5등급)’이 2개 이상이면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사고 발생과 연관성이 높은 4개 항목에서 ‘미흡(4등급)’이 2개 이상이면 운전이 제한된다.
특히 시야각·도로 찾기·추적·복합 기능 등 사고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4개 항목이 중점 평가 대상이 된다. 기존에는 검사 항목 전체를 기준으로 부적합 여부를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사고 위험성이 높은 항목의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현재 택시·화물차 운수종사자는 병의원의 의료 적성검사(혈압, 시력, 악력, 인지력 등)를 통해 자격 유지 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만 75세 이상 운전자는 반드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인지·신체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또한 최근 3년간 중상 사고(3주 이상 치료 필요)를 일으키거나, 교통법규 위반으로 벌점 81점 이상을 받은 ‘고위험 운전자’도 예외 없이 공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는 자격 유지 검사 또는 의료 적성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도 14일 후 재검사를 받을 수 있고, 횟수 제한 없이 반복 응시가 가능하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3회차부터 재검사 간격을 30일로 연장하고, 4회차부터는 신규 운수종사자 기준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단순 반복 학습을 통해 시험을 통과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혈압·당뇨 환자는 운전 중 실신 위험 가능성이 있어 관리가 강화된다. 수축기 혈압이 140~160mmHg이거나, 당화혈색소 수치가 6.59.0%인 경우 6개월마다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병의원의 건강검진 결과로 의료 적성검사를 대체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공식 건강검진 기관의 결과만 인정된다. 검사 유효기간도 기존 6개월~1년에서 3~6개월로 단축된다.
정부는 부실 검사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 적성검사를 수행하는 병의원을 직접 지정하고, 허위 진단이 적발될 경우 지정을 취소할 방침이다. 운수종사자가 검사 결과를 임의로 제출하지 못하도록 병의원이 검사 결과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직접 통보하는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고령 운전자의 자격유지 검사 합격률은 평균 97.5%에 달했다. 의료적성검사의 경우 이보다 더 높은 99.8%로, 사실상 대부분의 응시자가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을 시행하면 자격유지 검사 합격률이 제도 설계 당시 예상한 평균 95.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적성검사의 합격률 역시 기존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