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산업박람회에 전시된 웨딩드레스. /조선DB

예비 신혼부부에게 인기인 A 스튜디오는 웨딩사진 촬영 후 원본과 수정본 구입, 액자비, 장당 추가비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추가금을 현금으로 수취했다. 최초 계약보다 사진 촬영비가 늘었지만, ‘평생에 한 번’이라는 생각에 예비 신혼부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금을 납입했다.

계좌이체한 추가금은 스튜디오 법인 계좌가 아닌 스튜디오 오너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됐다. 매출은 누락됐고, 스튜디오 오너는 세금을 회피했다. 사주는 이렇게 번 돈으로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주식을 취득했다. 사업이 번창하자 A 스튜디오 오너는 제 2스튜디오를 자녀의 명의로 출점했다. 제2촬영장에서 발생한 수익은 자녀에게 들어갔고, 자녀는 해당 수익을 아파트 구입 자금으로 썼다.

국세청이 결혼 비용을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와 출산 비용 부담을 안기는 산후조리원, 고액의 원비를 수령하는 영어유치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11일 밝혔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결혼과 출산의 문턱부터 젊은 세대의 삶을 힘겹게 만드는 고비용 시장구조가 구축됐다”면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마다 비용부터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서 혼인과 출산율 감소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민 국장은 이어 “관련 업계 사업자들이 고비용 시장을 구축한 뒤 높은 소득을 얻어 고가의 자산을 취득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면서도 납세 의무는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업체는 스·드·메 업체 24곳, 산후조리원 12곳, 영어유치원 10곳 등 총 46곳이다. 이들 46곳의 추정 탈루세액은 1000억~20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곳당 탈루세액이 50억원 수준인 셈이다.

스·드·메 업체를 이용한 예비 신혼부부들은 깜깜이 계약과 폭탄 추가금을 악용한 불투명한 가격 구조에 대한 불만이 크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14일 발표한 결혼서비스 발전 지원방안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스드메업체는 평균 기본금이 346만원이지만 추가금이 174만원(평균)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 국장은 “조사 대상자들은 처음 계약 시 안내한 기본 계약 내용 외의 추가금을 다수의 차명계좌에 이체하도록 유도한 후, 소득신고를 누락하여 자산 증식 재원으로 유용하고 있었다”면서 “자녀 또는 배우자 명의로 추가 사업체를 설립한 후, 매출액을 두 업체 간에 분산해 세금을 탈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은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현금 할인가를 제시하는 등 비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았다. 이들 중 일부는 매출 누락과 비용 부풀리기로 손실이 발생한 것처럼 신고하면서 고가 부동산을 취득했다.

특히 산후조리원은 산모들이 선호하는 마사지 패키지를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유도한 뒤, 해당 소득에 대한 신고를 누락하는 수법을 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 건물에 산후조리원을 입점시킨 후 시세를 초과하는 임대료를 받아 해외 여행이나 사치품 구입에 사용한 탈세 혐의자도 있었다.

영어유치원은 수강료 외의 교재비나 방과후 학습비, 재료비 등을 쪼개어 현금으로 받은 후, 이를 소득 신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탈세를 해왔다. 이렇게 빼돌린 소득은 자녀들의 해외 유학 비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일부 영어유치원은 실체가 없는 교재 판매 업체나 컨설팅 업체를 가족 명의로 설립한 후, 위장업체로부터 교재를 매입한 것처럼 가장해 허위 비용을 발생시키고 세금을 줄여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 국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결혼·출산·유아교육 시장의 비정상적 현금 결제 유도나 비용 부풀리기 등 부조리한 관행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면서 “조사대상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관련인의 재산 형성 과정까지 세세히 검증하는 등 강도 높게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어 “탈루혐의 관련 거래의 금융추적 및 이중장부 확인, 거짓 증빙에 대한 문서감정 등을 통해 불투명한 수익구조와 자금 유출 과정을 낱낱이 확인하겠다”며 “현금거래를 했음에도 현금영수증을 미발급한 사례가 확인될 경우 현금영수증 미발급 가산세(미발급 금액의 20%)를 철저히 부과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