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액트지오사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은 지난해 6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뉴스1

동해 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당 용역을 진행한 미국 컨설팅사 액트지오(ACT-GEO)사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액트지오는 앞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가장 기대를 모았던 대왕고래 프로젝트에서 탄화수소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7년 설립된 액트지오는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운영하는 지질탐사 전문 컨설팅 업체다. 아브레우 고문은 엑슨모빌에서 지질 그룹장을 역임하며 심해 광구를 주도했으며, 미국 퇴적학회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브레우 고문이 엑슨모빌 재직 시 유전 탐사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고 석유공사는 전했다.

석유공사는 2023년 2월 액트지오와 129만달러 규모의 ‘동해 울릉분지 종합기술 평가’ 계약을 맺었다. 액트지오가 설립 이래 가이아나, 볼리비아, 브라질, 미얀마, 카자흐스탄 등 다수의 주요 프로젝트 평가를 수행했으며, 직원들이 엑슨모빌, 쉘, BP 등 메이저 석유개발기업 출신으로 심해탐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했다는 판단에서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의 전문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액트지오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먼저, 액트지오가 전문적인 지질 탐사 기업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액트지오는 앞서 텍사스 주정부와 세무국에 자신들의 업종을 ‘직업훈련과 관련 서비스’라고 신고했고 ‘지리 컨설팅’을 부업종으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액트지오는 아브레우 고문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1인 기업”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등록된 기업 정보에 액트지오의 직원 숫자가 1명이고, 연방 정부에 보고된 연 평균 매출은 2만 7701달러였기 때문이다. 또 액트지오의 사무실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가정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아브레우 고문은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액트지오의 주소지로 나와 있는 곳이 자택이 맞다”면서도 “액트지오의 직원은 14명”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업무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카메라뿐”이라며 “우리 팀도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스위스에 흩어져 있으며, 휴스턴에는 소수만 있다”고 했다.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와 계약을 맺을 당시, 액트지오가 세금을 체납하고 있던 사실도 문제로 꼽힌다. 액트지오는 2019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법인영업세를 내지 않아 법인 행위 능력이 일부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액트지오의 미납세액은 1650달러였으며, 석유공사와의 계약 이후 체납 세금을 완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일자 석유공사는 “착오로 인한 소액 체납이었다”며 “체납기간에도 정상 활동을 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에게 국책사업을 맡기게 된 전 과정을 공개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입찰에는 슐럼버거, 할리버튼, 액트지오 3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업계 ‘빅3’인 슐럼버거를 제치고 액트지오가 어떻게 입찰을 따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석유공사는 이에 대해 “심해분야 전문성, 가격 요소 등을 중심으로 판단한 것으로, 선정 방식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석유공사 측은 “아브레우 고문은 이른바 ‘순차 층서학’, 심해 퇴적층 분석의 권위자”라며 “엑슨모빌 출신으로 심해탐사 경험이 많다”고 했다.

석유공사는 논란이 지속되는데도 추가 용역을 액트지오에 맡기기도 했다. 액트지오는 지난해 170만달러 규모의 추가 유망성 평가용역을 맡았고, 같은해 12월 용역에 대한 결론을 냈다. 정치권에서는 “‘동해 울릉분지 종합기술평가’ 용역에 이어 추가 유망성 평가용역을 맡긴 것은 액트지오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 “액트지오가 40억원을 먹튀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한편, 액트지오는 추가 유망성 평가 용역에서 “동해 울릉분지 ‘마귀상어’에 최대 51억7000만 배럴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돼있을 것”이라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귀상어는 지난해 정부가 1차로 발표한 동해 심해 가스전 7개 유망구조에서는 빠진 지역이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된 용역 보고서를 검증 작업한다는 계획이다. 검증 작업에만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