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석유 매장이 예상됐던 ‘대왕고래’ 유망구조 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난 가운데, 앞으로 남은 6곳 유망구조 시추 작업은 해외 투자 유치에 오롯이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당국은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선 관련 정부 재정 편성이 어렵고, 내년 예산에 포함할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검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첫 시추에서부터 설득력을 잃은 만큼 산업부가 예산 투입을 주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동해 심해 가스 유망구조 7곳 중 1곳, ‘대왕고래’의 첫 탐사 시추 결과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에는 많이 못 미쳤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곳은 가장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던 유망구조였다.

지난해 12월 30일 새벽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결론 난 1차 시추의 경우 석유공사가 전적으로 비용을 감당했다. 1개공당 시추 비용은 1000억원이다. 당초엔 절반인 500억원가량을 정부 예산, 나머지 500억원을 석유공사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삭감 예산안이 통과돼 버렸고, 당초 포함했던 정부 지원 예산 투입도 물거품이 됐다. 이에 석유공사는 지난달 회사채를 발행해 약 5900억원을 신규 조달했다.

남은 유망구조 6곳의 시추 작업 비용 조달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징어’, ‘명태’ 등의 이름을 붙인 곳이다. 정부는 2차 시추부턴 외국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입찰 공고는 늦어도 3월 말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입찰 의향을 제시한 기업들이 있다”며 “일반적인 자원개발 사례에서 첫 공에서 시추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희박하다. 1차공 시추 결과 자체를 놓고 보면 투자 유치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향후 투자 유치를 통해 (자원 개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이런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추경을 통해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 석유공사와 산업부가 계획을 세워가야 하고, 추경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하면 긴 호흡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차 시추 결과로 개발 사업 추진의 설득력을 잃은 만큼, 추경에 당장 사업 예산을 반영하긴 어렵지 않겠느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시추 관련) 비용은 석유공사에서 자체 부담해 이미 다 처리됐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내년 예산에 담는 방향을 논의해야지, 추경에 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예산안에도 시추 관련 예산이 정식으로 책정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2·3차 시추가 예산을 투입할 만큼 미래 먹거리로서의 가능성이 있는지, 산업부에서 검토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산업부 역시 예산 지원을 요청할 명분이 약해진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대왕고래 예산 삭감을 두고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국가 경제 발전과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시추가) 투입 대비 성과가 쉽지 않은 사업이어서 ‘리스크 저감’과 ‘차후 이익 확대’ 중 어느 쪽이 좋은지는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이 다 다르다”며 “정부는 투자 유치와 예산 투입의 필요성에 대해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으로 관련 사업이 해외 대형 석유 기업 등 투자 유치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글로벌 메이저 석유사인 엑손모빌,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이탈리아 애니 등 여러 해외 기업을 상대로 분석한 데이터를 개방해 유망성을 보여주는 로드쇼를 진행한 바 있다.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자료를 열람한 일부 해외 기업은 사업 참여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한 글로벌 석유 메이저 기업은 국내에 핵심 임원을 파견해 가급적 개발 초기에 투자하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