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각 시설 개선방안. /국토교통부 제공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은 앞으로 충격 시 쉽게 부러질 수 있는 구조로 재설치된다. 국토교통부는 7개 공항에 설치된 둔덕을 제거해 활주로 주변의 안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가덕도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을 포함한 신공항 사업에서도 방위각 시설 기준을 재정비해 안전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22일 국토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항시설 안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전국 14개 공항을 대상으로 방위각시설 등 특별 안전 점검을 시행했다.

무안, 광주, 여수, 포항경주, 김해, 사천, 제주 등 7개 공항에서는 방위각시설과 주변 지형을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둔덕의 꼭대기에서 활주로 방향으로 흙을 덧대어 경사를 완만하게 조정하고, 방위각시설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 둔덕은 전부 제거되며, 방위각시설은 충격 완화형 구조로 재설치될 계획이다.

국토부는 7개 공항의 방위각시설 9곳을 대상으로 경량 철골 구조로 교체하는 방안도 설계 과정에서 함께 검토 중이다. 개선 작업은 즉시 설계에 착수해 상반기 내에 완료될 수 있도록 관련 인허가와 관계기관 협의 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방위각시설 개선 전까지는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사와 정보를 공유하고, 경력이 풍부한 조종사를 중심으로 비행팀을 구성하는 등의 ‘긴급 안전운항대책’을 병행한다.

활주로 안전 구역이 권고 기준인 240m에 미달하는 무안, 김해, 여수, 포항경주, 사천, 울산, 원주 등 7개 공항에는 안전 구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공항 내에서 안전 구역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경우, 전문가 검토를 통해 활주로 이탈방지시설(EMAS) 도입을 검토한다. EMAS는 항공기 무게로 콘크리트 블록이 파괴되며 항공기를 정지시키는 장치로,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의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국제공항(활주로 36L 방향) 방위각시설. /국토교통부 제공

공항별 대책으로는 광주공항의 경우 방위각시설 기초대가 약 70cm로 낮아, 흙을 덧대 시설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한다. 여수공항은 약 4m 높이의 둔덕을 제거한 뒤, 방위각시설을 충격 완화형 구조로 재설치할 계획이며, 활주로 남측 안전 구역(208m)을 240m로 확장한다.

포항경주공항과 김해국제공항은 각각 방위각시설 기초대가 약 70cm와 80~90cm로 낮아, 이를 지하화하고 안전 구역을 권고 기준에 맞춰 확장하거나 EMAS 설치를 검토한다. 사천공항 또한 방위각시설을 지하화하고, 안전 구역(현재 122m, 177m)을 기준에 맞게 확대하거나 EMAS를 도입할 방침이다.

무안국제공항은 기존 콘크리트 둔덕을 전면 철거하고, 방위각시설을 충격 완화형 구조로 재설치할 예정이다. 제주국제공항은 방위각시설이 충격 완화형 구조에 해당하는지 정밀 분석을 시작했으며, 결과에 따라 별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울산공항과 원주공항은 방위각시설이 이미 지면에 설치되어 있어 추가 개선은 필요하지 않지만, 각각 활주로 남측과 남·북 측 안전 구역(90m)을 권고 기준인 240m로 확대하거나 EMAS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외에 인천, 김포, 대구, 청주, 양양, 군산공항은 방위각시설이 지면에 설치됐고, 안전 구역도 권고 기준 이상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홍락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방위각 시설 등 공항안전 개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는 신공항 건설에도 안전 대책을 설계부터 선제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신공항 등 신공항의 방위각시설은 ‘부러지기 쉬운 재질’과 ‘지면 형태’로 설치될 계획이다. 활주로 안전 구역도 국제 권고 기준인 240m 이상으로 확보된다.

다만, 흑산·울릉·백령공항과 같이 지형적 특성으로 안전 구역 확보가 어려운 공항에는 EMAS 도입이 검토된다. 흑산·울릉·백령공항은 방위각시설이 필요 없는 방식으로 설계 중이나, 항행안전시설 도입 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항공 안전 규정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내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규정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 규정을 분석해 공항시설법과 관련 하위 지침, 훈령, 예규, 고시 등을 전면 정비한다.

공항시설의 상시 관리·점검 체계도 강화된다. 이를 위해 공항개발기술심의위원회에 안전 전문가를 보강하고, 분기별로 공항시설 안전 점검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 국토부는 시설 안전 업무를 전담할 ‘공항시설 안전팀’(가칭)을 신설해 관리 체계를 체계화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사항을 우선 반영한 것”이라며 “항공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건축물 등 모든 시설의 안전성을 재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