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4원 넘게 내리면서 1450원대 중반에 마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금리 동결로 원화가 다소 강세를 보였지만 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환율 낙폭이 제한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오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 거래일(1461.2원)보다 4.5원 내린 1456.7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450원대로 마감한 것은 지난 8일(1455.0원) 이후 6거래일 만이다.
이날 환율은 6.2원 내린 1455.0원에 개장했다. 장 초반 145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다가 금리 동결 결정이 알려진 직후인 9시 59분에는 1449.8원까지 내렸다. 그러나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시작된 오전 11시10분부터 상승 전환돼 오후 12시 37분에는 1457.9원까지 치솟았다.
금통위의 금리 동결에도 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환율이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하방 위험이 커져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인하 기조가 종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힘을 보탰다.
전날 밤에 공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의 예상에 부합한 점도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12월) CPI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하면서 블룸버그통신의 예상치에 부합했다. 물가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엔화가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전망 확산으로 강세를 보인 것도 원화 강세를 유발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BOJ 관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이 부정적 서프라이즈를 유발하지만 않는다면 다음 주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물가 상승 우려가 더 확산되지 않자 위험자산 랠리(rally·증시가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하는 것)가 펼쳐지는 모습”이라면서 “그간 환율 상승을 주도해 오던 역외 롱(long·매수) 플레이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잠잠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와 외환당국의 실개입 경계감 역시 환율 하락에 일조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