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과학수사 경찰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뉴스1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보잉사의 전문가들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오늘 저녁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들의 합류로 본격적인 합동 조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NTSB 소속 전문가 2명과 보잉사 관계자 2명이 오늘 저녁 입국해 사고 조사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조사 참여를 협의 중인 기체 엔진 제작사 CFMI 측은 아직 참여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로 블랙박스 복구와 데이터 분석에 중점을 두며, 사고 원인 규명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현재 수거된 블랙박스는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로 구성돼 있다. 국토부는 CVR의 경우 진흙 등 오염물질 제거 후 분석이 가능하지만, FDR은 연결부 일부가 손상된 상태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의뢰해 분석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늘 밤부터 합동 조사를 시작하며, 우선 블랙박스의 손상 정도와 데이터 추출 가능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사고 항공기와의 교신 내용, 관제사 면담, 관제 기록 수집 등 전반적인 관제 운영 사항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사고 조사위원회가 무안공항 관제탑을 직접 방문해 교신 자료를 수집하고, 관제사 면담을 진행 중”이라며 “사고 원인의 명확한 규명을 위해 블랙박스 복구와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사고 직전의 긴박한 교신 내용도 공개했다. 사고기 조종사는 29일 오전 8시 59분 무안공항 관제탑에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를 외치며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상황을 알렸다. 이어 “버드 스트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 고잉 어라운드”라고 복행(고 어라운드·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것) 의사를 전했다.

관제탑은 이보다 2분 전인 8시 57분에 조류 활동 경고를 발령했고, 조종사는 경고 직후 복항을 시도했으나 9시 3분쯤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로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사고기는 활주로 방향을 변경해 19활주로로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조사위원회와 국제 전문가들이 협력해 최대한 신속하고 정밀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유사 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사망자 146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33명에 대해서는 유전자 분석과 지문 채취를 통해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유가족과 협의해 장례식장으로 이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