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을 중심으로 경기 개선세가 제약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 경제 동향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지만, 건설 기성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고용 여건도 건설업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조정되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KDI는 9일 발간한 ‘12월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 최대 리스크로 ‘건설업 부진’을 꼽았다.

지난달 발표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생산은 9.7% 감소하며 전월에 이어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계절 조정으로 봤을 때 전월 대비 4% 감소한 수준이다.

KDI는 “조업일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10월 건설기성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건설기성은 전월대비(계절조정) 6개월 연속 감소하며 부진이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건설기성이 6개월 연속 감소한 건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건설업 선행 지표 개선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KDI는 “건설수자가 전년 동월 대비 11.9% 감소했지만, 이는 지난해 10월 건설수주가 42.3% 급등한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주택인허가(+28.9%), 주택착공(+10.0%)이 증가하는 등 선행지표 개선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생산과 수출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0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7.5% 증가했다. 수출에서도 반도체를 포함한 ICT 품목은 호조세를 보였다. 11월 수출입동향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ICT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5.8%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ICT의 양호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의 증가세는 다소 조정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수요 부진 영향으로 일반기계 수출은 17.2%, 석유제품은 17%, 석유화학은 3.6% 감소했다.

내수 전망은 부정적이다. 상품소비의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사업자의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KDI는 “상품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서비스 소비도 완만한 증가세에 머무르는 등 소비는 미약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내수회복 지연으로 개인사업자의 연체율(3개월 이동평균)은 0.63%에서 0.64%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세계 경제는 미국의 양호한 성장세와 기준금리 인하로 완만한 성장 흐름이 유지됐으나,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 가능성 등 경기 하방 압력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주요 금융시장 지표도 불안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정치적 상황도 불안요인으로 거론된다. KDI는 12월 경제동향에는 최근 비상 계엄 정국 이후 정치적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담지는 않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정치적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한 지표가 없다”면서 “정국이 어디로 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경기 심리 위축으로 내수 부진을 우려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판단이 어렵다”며 “판단 유보로 봐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