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발언으로 촉발된 ‘연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란에 기획재정부가 즉각 선을 그었다. 연초부터 추경을 추진하는 것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같은 비상시국에나 이뤄지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내년 초 추경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다.
22일 기재부는 “현재 2025년 예산안은 국회 심사 중이며 내년 추경 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가의 예산은 원래 회계연도 단위로 수입과 지출을 고려해 한 해에 한 번 편성한다. 하지만 예산이 실행단계에 들어간 후 부득이한 사유로 예산 규모 등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편성되는 예산이 바로 ‘추가경정예산’이다.
국가재정법은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사유로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 실업,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추경은 이미 국회를 통과한 예산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을 수정하는 ‘수정예산’과는 다르다. 현재 2025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인 만큼, “연초 추경을 추진하기보다 국회와 협의하는 게 합리적이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떤 상황에서 연초 추경이 이뤄졌을까. 정부가 최초로 연초 추경을 추진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 2월이었다. 금융구조조정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12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이뤄졌다.
이보다 앞서 1951년 1월 전쟁 당시에도 추경이 이뤄졌었다. 하지만 당시 회계연도가 4월부터 새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말 추경’으로 봐야 한다.
외환 위기 이후 약 22년간은 연초 추경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던 2009년 초,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던 2016년 말 등 연초 추경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현실화하진 않았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며 세계경제가 크게 흔들렸다.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만 7번의 추경이 추진됐다. 그중 2020년 3월, 2021년 3월, 2022년 1월 각각 11조7000억원, 14조9000억원,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있었다.
팬데믹 기간 코로나19 대응 재정이 불가피하긴 했지만, 3년 연속 연초 추경은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퍼주기’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 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추경이 편성됐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추경은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연초 추경은 재해급 경제 위기가 아니고선 이뤄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