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기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야당의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처리에 반발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우측의 여당 의원석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의결됐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 ‘선(先)구제 후(後)구상’을 해주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두 법안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실거주 의무 3년 유예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가 시작되는 시점이 지금의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된다.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입주 시점에서 2∼5년간 직접 거주해야 하는 규정을 말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2021년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는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2022년부터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서 1년 넘게 국토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 입장차가 팽팽했던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은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을 우선 구제해주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선 보상, 후 구상’을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여당에선 악성임대인의 채무를 세금으로 대신 갚는 방식으로, 회수하지 못할 비용에 대한 재정 손실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야당이 강행 의지를 꺽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인천 전세사기 피해 현장을 방문해 ‘선구제 후구상’ 원칙을 강조하며 2월 국회 내 처리를 촉구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국토위에서 퇴장한 뒤, 민주당 의원 17명과 심상정 의원 등 야당 소속 의원 18명의 찬성 투표로 본회의 회부가 결정됐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르면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 이상 지나면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부의를 요청할 수 있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표결 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당의 도 넘은 입법 폭주가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지속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선구제 후회수’를 실질적 지원책이라고 호도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피해자법 본회의 부의와 관련해 “선구제 후회수(구상) 조항이 시행되면 수조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 또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세금으로 대신 갚는 것과 다름없다.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부담이 가중되는 법안을 충분한 공감대 없이 추진한다면 극심한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