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비자심리지수가 4개월째 하락했다. 높은 물가와 금리에 따라 소비 여력이 둔화하고, 집값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2로 전월 대비 0.9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 8월부터 4개월째 내림세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한 시민이 대파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 지표로, 2003년 1월~2022년 12월 장기 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해 작성됐다. 100보다 크면 이 기간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인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87·-1p), 소비지출전망(111·-2p), 현재경기판단(62·-2p) 등 3개가 내렸다. 단 향후경기전망(72·+2p)은 소폭 오르며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생활형편전망(90)과 가계수입전망(98)은 전월과 같았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미국의 추가 긴축 기대 축소와 수출 경기 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고금리·고물가를 비롯한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체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한국은행 제공

여타 소비자동향지수를 항목별로 보면, 소비지출전망지수는 111로 외식비(-2p), 여행비(-2p), 교양·오락·문화비(-2p) 등을 중심으로 2p 하락했다. 높은 물가 수준에 따른 소비 여력이 둔화된 여파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거래량도 부진한 가운데, 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며 6p 하락한 102를 나타냈다. 지난 9월 110까지 오른 후 두달 연속 하락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확산된 영향으로 9p 하락한 119를 나타냈다. 이 지수는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100을 웃돈다.

물가수준전망지수는 149로 2p 하락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확대됐지만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인식은 4.1%,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을 일컫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모두 전월과 동일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올해 2월 4%에서 점차 하락하다가 지난 달 반등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이달 10~17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