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8시 50분, 오송역 7번 플랫폼에 파란색 신형 KTX 열차가 들어왔다. 열차 겉면에는 ‘KTX-이음’이라고 써 있었다. 서울-강릉 노선을 운행하는 ‘KTX-이음’ 열차가 오송역엔 왜 왔을까.
‘KTX-이음’을 똑닮은 이 열차는 현재 운행 중인 ‘KTX-이음(EMU-260)’ 열차의 고속화 모델인 ‘EMU-320′ 열차다.
코레일은 내년도 상업 운행을 목표로 ‘EMU-320′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제작사인 현대로템에서 개발을 마치고 안정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안정성 평가가 진행 중인 차량을 타고 오송에서 고양시 행신동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까지 이동을 하며 새 열차를 살펴봤다.
EMU-320이라는 열차명에서 ‘EMU’는 시리즈 명칭, 320은 영업속도를 의미한다. 현재 강릉선을 운영 중인 EMU-260은 영업속도가 260㎞/h, 신규 도입을 추진 중인 EMU-320은 영업속도가 320㎞/h다. EMU-320의 최대속도는 352㎞/h다.
차량 8량이 1대 편성인 EMU-320은 총 515석을 설치했다. 차량 길이가 비슷한 KTX-산천(10량 1편성)의 좌석수(379석)보다 36% 많은 수치다.
EMU-320의 수송 인력이 기존 열차보다 많은 것은 구동 방식 때문이다. 기존 KTX열차와 KTX-산천은 ‘동력집중식’으로 운행한다. 맨 앞 칸과 뒤 칸에는 사람 대신 엔진이 들어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일을 한다.
반면 EMU-260과 EMU-320은 ‘동력분산식’으로 움직인다. 별도의 엔진룸을 두지 않고 각 차량 하부에 추진장치를 달았다. 이러한 기술 도입으로 지하철처럼 맨 앞 칸과 뒤 칸도 운전석을 제외하곤 모든 공간을 승객 좌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가속과 감속이 부드러운 점도 동력분산식의 장점으로 꼽힌다.
차량 내부 공간의 편의성도 개선됐다. 우선 일반실 좌석간 간격이 기존 KTX 차량보다 넓어 편안하다. 각 좌석별 콘센트가 있고 창가에는 휴대폰 무선충전기도 2대씩 설치가 돼 있다.
창도 달라졌다. 기존 KTX와 KTX-산천은 2개 열이 1개의 창을 이용했지만, EMU-320은 1열마다 창이 하나씩 달려 있다. 창의 크기가 줄어 기차 여행시 느낄 수 있는 개방감은 줄었지만, 햇빛 가리개를 올리거나 내릴 때 앞뒷줄에 탄 다른 승객의 눈치를 안 봐도 된다.
기존 KTX 열차에선 객실 밖에 뒀던 캐리어 등 대형 짐 수납 공간도 객실 안으로 들여왔다. 코레일 관계자는 “화물 도난이나 오인해서 잘못 가져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짐 보관 장소를 옮겼다”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향후 열차 짐칸을 모니터링하는 폐쇄회로TV(CCTV)도 차내에 설치할 예정이다.
우등실은 조금 더 쾌적한 승차 환경을 제공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좌석마다 설치된 태블릿 모니터이다. 흡사 비행기 좌석에 앉은 듯 했다. 태블릿 모니터로는 열차에서 송출하는 프로그램을 보거나, 유튜브 시청, 웹 서핑이 가능하다. 영상의 소리는 좌석 팔걸이에 설치된 콘센트에 이어폰 등을 연결하면 된다. 다만 이날 운행한 차량은 시험 운행 상태로 무선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실제 유튜브 등을 이용하진 못했다.
우등실은 기존 KTX 열차의 특실보단 좌석간 간격이 좁다. 기존 특실은 1열에 좌석을 3개만 둬 의자의 폭을 넓혔지만, 우등실은 1열당 4개 좌석으로 폭 자체는 일반실과 차이가 크지 않다. 다만 앞뒤 간격은 일반실보다 7㎝ 가량 넓어 발이 훨씬 자유로웠다.
우등실은 일반실보다 얼마나 비쌀까. 코레일 관계자는 “아직 가격 체계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일반실보다 20%가량 더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일반실보다 30% 비싼 기존 특실보다는 낮은 요금이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EMU-320의 안정성 평가를 위한 시험 운행을 이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초까지 마친 후 차량을 인수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 중 2대 편성을 인수해 내년 상반기에 상업 운행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17편성을 도입할 계획이다.
새로 들어올 EMU-320의 공식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KTX-이음’이라고 래핑을 해둔 것은 시험운행을 위해 붙인 것이고, 공식 명칭이 정해지면 도색 및 래핑 작업을 새로 하게 될 것이라고 코레일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