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부사관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임관 직후 지급하는 장려금이 최대 1200만원으로 인상된다. 기존에는 최대 900만원이었다. 병장 월급은 135만원에서 165만원으로 오른다. 초급간부와 병사 등 군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한 예산 증액이다. 또 올여름 ‘수해 참사’를 계기로 지방하천 10곳을 국가하천으로 승격시키는 등 수해 대응 인프라에도 국가 예산이 더 투입된다.

정부는 29일 확정한 ‘2024년 예산안’을 통해 “국가의 본질 기능 수행을 뒷받침하겠다”며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는 장병 사기 제고를 위한 예산을 올해 예산안보다 1조1000억원 늘린 5조4000억원으로, 수해 대응 체계 고도화를 위한 예산을 1조2000억원 증액한 6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6조5000억원으로 기존 대비 2조원 늘렸다.

신임 부사관들이 지난달 28일 전북 익산시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23-2기 부사관 임관식에서 정모를 하늘로 던지며 자축하고 있다. /육군 제공

◇ 尹 방점 찍은 ‘초급간부 처우 개선’에 예산 증액

우선 장병 병영 환경 개선에 드는 예산을 증액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일반 병사 월급 인상 등 처우 개선이 추진됐지만, 그 부작용으로 초급 간부의 박탈감 문제가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올해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장교·부사관 등 초급 간부 처우 개선에 신경 써달라고 주문해 온 바 있다.

‘녹물 관사’로 대표되는 초급간부의 노후 숙소 4만2000개를 전량 개선하고, 모듈러(modular·조립식 건축법)형 숙소를 250개 짓는 등 신규 주거 시설을 확대하기로 했다. 외부 숙소에서 거주할 때 지원되는 주택수당은 임관 3년 미만 초급 간부들에게도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학군장교(ROTC)·학사장교·부사관 단기복무 장려금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장교 900만원, 부사관 750만원인 단기복무장려금을 각각 1200만원, 1000만원으로 올려 지원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는 임관 직후 일시에 지급하는 격려금으로, 지원율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인센티브다. 지난해 3군 부사관 충원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ROTC 지원율 역시 급락하는 등 초급간부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일반 병사의 봉급도 지난해에 이어 또 오른다. 병장 기준 현재 135만원인 월급이 내년엔 165만원으로 인상되는 것이다. 이는 봉급 125만원과 사회진출지원금 40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장병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 금융 상품인 ‘장병내일준비적금’을 들면, 만기 때 적금 금액에 따라 정부 지원금인 ‘사회진출지원금’이 얹어져 일시에 지급된다. 이 사회진출지원금의 최대 제공 금액이 이번에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가입 여부나 저축액에 따라 매칭 금액이 달라지긴 하지만, 장병들 대부분이 이 적금에 가입돼 있는 만큼 월급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밖에 혹한을 대비해 플리스(fleece)형 스웨터를 전 장병에게 지급하고, 얼음정수기를 전 부대에 보급하기로 했다. 침상형인 병영 생활관 일부를 침대형 2~4인실로 전환하는 예산도 담았다.

지난달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 ‘수해 참사’·‘묻지마 범죄’·‘마약’ 예방 투자 확대

지난 장마철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계기로 관심이 커진 수해 대응에도 증액된 예산이 투입된다. 홍수에 취약한 지방하천 10곳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해, 광역·지자체가 아닌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지방하천이 합류하는 20곳 구간을 정비하기로 했다.

침수 도로 자동 차단시설은 기존 90개에서 180개로 확대된다. 전국 주요 하천에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활용해 6시간 전 예보 가능한 조기경보망을 구축하는 데도 투자한다.

마약과 칼부림 등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여기에 필요한 예산도 증액된다. ‘3인 1총기’이던 경찰 저위험 권총(살상력을 낮춘 권총) 보급을 ‘1인 1총기’로 확대하고, 방검복·삼단봉 등 흉기 대응 장비도 101개 기동대에 보급한다. 마약 범죄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기 위한 첨단 수사·감시 장비도 늘린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매 주택을 5000가구 규모로 매입 지원하는 데도 7000억원의 예산이 새로 책정됐다.

정부는 또 ODA 사업 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2조원 확대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대폭 늘었다. 이 밖에 아프리카 식량난 해결을 위한 ‘K-라이스벨트’ 구축, 대(對)개도국 식량 원조 확대 등이 대표적 사업으로 꼽힌다. 인도·태평양, 아프리카를 경제 협력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큰 지역으로 설정하고, 지원을 확대한다. 세종학당 아카데미를 전 세계 기존 60곳에서 92곳으로 늘리고 외국 현지 학교의 한국어 교원 파견을 확대하는 등 한국어 보급에도 힘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