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운용계획'과 관련 사전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진행된 2024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내년도 재정지출 규모를 2023년 예산증가율 5.1%보다 대폭 축소한 2.8%로 억제했다”면서 “타당성과 효과성이 없는 사업은 단호히 폐지·삭감하는 재정 정상화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의 설명대로 지출증가율 2.8%는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허리띠를 세게 졸라맸지만, 세수 감소로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2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기재부는 추산했다. 작년 국회를 통과한 2023년 예산안 기준 올해 관리재정수지 예상 적자(58조2000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33조8000억원이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정부가 스스로 세운 재정준칙에서 제시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기준 3% 선을 초과했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2.8%로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하는데 여전히 적자가 상당한 수준이고, 역시 또 국가채무도 늘어난다’고 지적할 수 있다. 정부도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그 지점을 굉장히 고민했다”면서 “건전재정 측면만 본다면 지출 증가율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로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러면 재정 적자 폭도 줄고 오히려 재정수지를 균형으로 하는 나라 살림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은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어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하되, 민생 지원이나 경제 활력, 미래 대비, 그리고 국가의 본질 기능인 국민 안전, 국방 등 돈을 써야 할 곳은 제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2.8% 역대 최저 수준의 증가율을 정하고 예산 편성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했던 재정준칙이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재정준칙에는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는 (기준을) 벗어났다가 5년 내 복귀해라’는 내용의 조항이 있다. 그래서 3%를 절대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세수 상황, 내년 상황 등등 해서 재정수지 상황을 보면 관리수지 -3%로 하게 되면, 총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돼야 한다. 지출 증가율을 동결해도 관리재정수지는 -3.2%이다. 건전재정도 좋지만 모든 걸 그렇게 끌고 가면 공약을 수용할 수 없다. 하기로 한 사업도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하는 상황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은 동결부터 검토하다가 2.8% 역대 최저 수준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관리수지 적자는 3.9%이고, 국가채무는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어느 한 해에 극복할 수 없으니 건전 재정 기조는 끌고 가되, 소프트랜딩(연착륙)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재정준칙 추진 여부와 관련해선, “당연히 추진한다”며 “재정준칙 법제화는 지금도 국회에서 계속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긍정적인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노인일자리 예산을 올해 대비 5000억원가량 증액하는 것과 관련해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65세 노인 인구가 해마다 50만명 증가한다. 그중에 많은 분이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을 원하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와 일자리 수요를 감안한 것”이라며 “직접적인 정부 재정의 일자리 사업에 중점을 두기보단 시장형 사회서비스, 민간과 함께하는 일자리 유형으로 구조를 대폭 바꿨다”고 답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예산 편성에 대해선 “대폭 확대했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점검할 곳을 대폭 늘렸고, 유통과 관련된 감시 체계도 보강했다”며 “어민과 수산업계 영업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비축 확대와 할인과 같은 판촉 확대 예산도 대폭 늘렸다”고 했다.

추경호(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운용계획'과 관련 사전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제공

다음은 추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ㅡ허리띠를 졸라맸지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재정준칙에 담긴 3%를 넘게 되는데.

“예산 증가율이 2.8%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한쪽에선 굉장한 긴축 예산이라고 할 수 있고, 다른 쪽에선 재정이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정부도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이 지점을 굉장히 고민했다.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리라는 요구를 잘 알고 있지만,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게 바로 재정의 정상화와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가지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 건전재정만 고집할 것이냐. 건전재정 측면만 본다면 지출증가율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로 가지고 가야 한다.

하지만 그 선택은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다.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하되, 민생 지원이나 경제 활력, 미래 대비, 그리고 국가의 본질 기능인 국민 안전, 국방 등 돈을 써야 할 곳은 제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2.8% 역대 최저 수준의 증가율을 정하고 예산 편성에 임했다.”

ㅡ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것 아닌가.

재정준칙에는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는 (기준을) 벗어났다가 5년 내 복귀해라’는 내용의 조항이 있다. 3%를 절대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세수 상황, 내년 상황 등등 해서 재정수지 상황을 보면 관리수지-3%로 하게 되면, 총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돼야 한다. 지출 증가율을 동결해도 관리재정수지는 -3.2%이다.

건전재정도 좋지만 모든 걸 그렇게 끌고 가면 공약을 수용할 수 없다. 하기로 한 사업 예산도 대폭 삭감해야 하는 상황으로 간다.

사실은 동결부터 검토하다가 2.8% 역대 최저 수준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관리수지 적자는 3.9%이고, 국가채무는 늘어나는 상황이다.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어느 한 해에 극복할 수 없으니 건전 재정 기조는 끌고 가되, 소프트랜딩(연착륙)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ㅡ재정준칙은 계속 추진하나.

“당연히 추진한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지금도 국회에서 계속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긍정적인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ㅡ예산을 편성할 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

“재정경제 상황이다. 여기서 출발을 해야 했다. 재정수지, 국가부채, 세수 등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종합해서 어떻게 스탠스를 잡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관리재정수지 ‘0′에만 집착하는 것은 재정정책당국자로서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다음으로 써야 할 부분, 국민과 한 약속이다. 2.8% 증가율로 하면 순수 재원은 18조원밖에 안 나온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추가로 23조원의 재원을 만들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대통령도 ‘건전재정 하면서도 쓸 데는 써야 한다. 제일 많이 써야 하는 것은 약자 보호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을 한 재원을 사회복지와 중위소득 조정 등에 투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중기재정운용 및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ㅡ지출구조조정은 어떻게 했나.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타당성과 효과성이 없는 사업은 단호히 폐지·삭감하는 재정 정상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내년도 재정지출 규모를 2023년 예산증가율 5.1%보다 대폭 축소한 2.8%로 억제했다.”

ㅡ구체적인 구조조정 내용이 궁금하다.

“40개 이상의 사업을 건드렸다. 어떤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삭감한 예산을 다른 곳으로 보낸 것도 있다. 40개 이상의 사업을 조정하다 보니 23조원 정도 구조조정을 했다.”

ㅡ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 내년도 세수 재추계가 가능한가.

“올해 공식적인 재추계 결과는 9월 초에 작업을 마무리하고 발표하겠다. 이번 예산 편성을 하면서 내년도 세수 전망도 해야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파악한 세수 상황을 기초로 내년도 전망을 했다.”

ㅡ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보다 높다. 총선용 예산이 아닌가.

“SOC를 선거와 연계시키는 건 지나친 상상력이다. 전국에 필요한 필수 소요를 반영했다. 그 집계치가 지금 약 4~5% 늘어난 것이다.”

ㅡ노인일자리 예산이 많이 늘어났다. 전임 정부 노인일자리 사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65세 노인 인구가 해마다 50만명 증가한다. 그중에 많은 분이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을 원하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와 일자리 수요를 감안한 것이다.

또 과거와 다른 것은 직접적인 정부 재정의 일자리 사업에 중점을 두기보단 시장형 사회서비스, 민간과 함께하는 일자리 유형으로 구조를 대폭 바꿨다.”

ㅡ재량지출을 줄인다고 했는데 오히려 는 것 아닌가.

“재량지출 10% 감축 계획은 지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구조조정을) 10조원 정도는 해야 법상에 있는 의무지출은 건드리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미였다. 이번에 지출구조조정을 23조원 정도 했다.

재량지출은 깎기도 하지만 또 늘리기도 한다. 구조조정을 통해 줄인 지출을 다른 형태의 재량지출이나 의무지출로 다시 쓰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재량지출이 조금 늘었다.

의무지출이 덜 늘고 재량지출이 좀 더 늘어난 건 교부금이나 교부세 부분이 상당히 줄었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운용계획' 사전 브리핑을 하러 브리핑장에 입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ㅡ새만금에 들어가는 SOC 예산은 감액됐나.

“일반적인 기준으로 SOC 예산은 사업 단계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계에 맞춰서 예산이 반영된다. 언론 등에서 새만금 SOC 예산이 얼마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사업마다) 각자가 다르다. 집계를 전북도에서 했는지 등에 따라 의미가 달라서 그걸 가지고 말씀드리기 어렵다.”

ㅡ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예산은 얼마나 편성했나.

“대폭 확대했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점검할 곳을 대폭 늘렸고, 유통과 관련된 감시 체계도 보강했다. 어민과 수산업계 영업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비축 확대와 할인과 같은 판촉 확대 예산도 대폭 늘렸다.”

ㅡ공무원 처우 개선은.

“내년 공무원 봉급은 직급 구분 없이 2.5% 올리기로 했다. 작년에는 1.7% 인상하고, 4급 이상은 동결했는데, 올해도 동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많이 올릴 순 없다고 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2.5%에 맞춰 2.5% 올리기로 했다.”

ㅡ국회 심의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부는 현장의 수요와 전체 거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예산안을 만든다. 우선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하겠다.

다만 국회에서도 국회 관점에서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 국회 심의에서도 경청할 부분이 많다. 심의 과정에서 증감은 있을 것이다. 이게 관례다. 다만 예산안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종적으로 조정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