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가 2027년까지 재정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다. 정부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보조금을 대폭 폐지·삭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세수 전망에 먹구름이 끼면서 재정 낭비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9일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7년까지 국가 재정 지출(총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3.6%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라며 “재정준칙 법제화, 민간투자 활성화 등 재정준칙 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재정혁신을 중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자연 증가하는 복지예산에 재량지출 긴축으로 대응

정부는 내년 총지출 규모를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총지출은 전년보다 18조2000억원(2.8%) 늘어난다. 이는 2005년 이후 20년내 역대 최저 증가율이다.

정부는 우선 내년 예산 지출을 바짝 조인 뒤 2025년 이후에는 총지출을 지금보다는 더 늘릴 계획이다. 김 실장은 “2025년 이후에는 2024년보다 총지출 증가율을 상향할 계획”이라며 “다만, 큰 기조인 건전재정 기조 유지를 위해 중기적으로 총지출증가율이 총수입증가율 및 경상성장률보다는 낮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이 많이 들어와도 지출을 비례해 늘리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내년뿐만 아니라 향후 5년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을 3.6%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총지출 증가율은 2025년 4.2%, 2026년 3.9%, 2027년 3.6%로 지속적으로 둔화한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 예산 등 의무지출이 향후 5년간 연평균 5.0%씩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보조금 지급 등에 투입되는 재량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2.0%로 바짝 조일 방침이다. 올해 46.7%대 53.3%인 재량지출 대 의무지출 간 비율은 2027년에는 43.9%대 56.1%로 조정된다. 재량지출 중심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장기간 관행적으로 지원한 사업, 국회 등 외부에서 타당성을 지적한 사업을 정비할 것”이라며 “타당성이나 효과가 미흡한 사업은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사업을 폐지하는 등 구조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내년 세수도 걱정… “조세부담률은 낮아져”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이 예고된 가운데 내년에도 세수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정부는 2023~2027년 재정수입이 연평균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5년간 재정수입 증가율 예상치(6.6%)보다 2.9%P(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국세수입은 5년간 연평균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다. 지난해 발표한 5년간 국세수입 연평균(7.6%) 전망치보다 4.9%P 급감한 것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 재정 수입은 612조1000억원으로, 올해 국회가 확정한 재정 수입(625억7000억원)보다 적다. 특히 내년 국세 수입은 367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세 수입(400조5000억원)보다 덜 걷히는 것이다.

조세부담률은 세수 감소 영향으로 인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 수입 비율을 뜻한다. 정부는 조세부담률이 올해 23.2%에서 내년 20.9%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기회복에 따른 국세 수입 증가로 2025년(21.5%), 2026년(21.6%), 2027년(21.7%)에는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확대된 재정수지 적자 폭과 올해 연말이면 1100조원 이상으로 누적될 국가채무를 보면 재정 상황이 매우 안 좋다”면서 “내년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아 세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을 전제로 재정운용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