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금복지인 생계급여 지원금을 역대 최대폭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생계급여를 수급하는 저소득층 4인가구는 매달 183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기존 수급액보다 21만원 인상된 금액이다. 생계급여를 받는 가구도 4만가구 가량 늘어난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예산안’과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윤석열 정부는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단행하면서도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등을 위한 예산을 늘렸다. 윤 정부의 국정과제인 ‘약자복지’ 기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길을 거닐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현금복지’ 생계급여 지원금·대상 확대

정부는 저소득층 지원에 약 2조원의 추가 재원을 투입한다. 생계급여는 지난 5년간 인상된 총액보다 큰 폭으로 오른다. 생계급여란 최저 생계비를 못 버는 기초수급자가 받는 복지다. 수급 대상자는 최저보장 수준에서 월 소득인정액을 뺀 만큼 현금으로 받는다. 다만 생계급여액을 따질 때 기초연금액은 소득으로 인정해 차감한다.

1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 최대 급여액은 올해(62만3368원)보다 14.4% 인상된 71만3102원이다. 3인가구는 133만원에서 17만8000원 늘어난 17만8000원, 4인가구는 162만원에서 21만3000원 늘어난 184만4000원의 생계급여를 받게 된다. 5인가구는 189만9000원에서 24만3000원 인상된 214만3000원을 매달 지원 받는다.

내년 생계급여 지원 기준은 기준 중위소득의 30%에서 32%로 상향한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대상을 확대한 거이다. 3만9000가구가 새롭게 생계소득 수급 대상자로 선정된다.

전·월세, 집수리비 등을 지원하는 주거급여 대상도 기준 중위소득의 47%에서 48%로 확대한다.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인정액이 275만385원 이하면 주거급여 수급 대상자로 선정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 기준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래픽=손민균

◇ 다문화 가정 자녀 ‘기초학력 개선’에 재정 투입

장애인 관련 예산도 늘린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주간 ‘1대1 케어’를 새로 도입한다. 주택에서 공동생활하며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곳은 현재 1곳뿐이다. 내년부터는 전국 17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소상공인 다중채무자의 이자부담은 완화된다. 정부는 취약차주 1만명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환대출을 신설한다. 지원한도는 1인당 최대 5000만원이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평균금리인 4%를 적용할 방침이다.

다문화 가족 자녀를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 다문화 가족의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은 40.5%로, 전체 국민(71.5%)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다문화 가정 자녀의 기초학력 개선을 위한 교육활동비 지원 예산을 신설했다. 중위소득 50~100% 가구 자녀를 대상으로 초등학생에게 연간 40만원, 중학생에게 50만원, 고등학생에게 60만원을 지급한다.

그래픽=손민균

◇ 시설 떠난 자립 준비 청년, 5년간 받는 月수당 확대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알뜰교통카드’ 대신 K-PASS를 새로 만들어 내년 7월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거리에 따라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구조다. 앞으로는 대중교통 이용횟수에 비례해 교통비를 지원받는다.

K-PASS를 이용하면 대중교통을 월 21회 이상 이용하는 경우 60회 한도 내에서 20%, 연간 최대 21만6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청년은 연간 최대 32만4000원, 저소득층은 57만6000원 환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청년층의 공공분양·임대 물량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청년 친화형’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예산도 배정했다. 정부는 노후공장을 리뉴얼하는 ‘산리단길 프로젝트’에 재정 2조원을 투입한다. 청년이 일하고 싶은 공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150개 회사의 공장 외벽이나 화장실·샤워실 보수에 예산을 쓴다.

기초생활수급가구 아동이 가입하는 ‘디딤씨앗통장’ 대상도 확대한다. 디딤씨앗통장은 취약계층 아동이 사회 진출 초기에 필요한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혹은 후원을 통해 일정 금액(매월 5만원 범위 내)을 저축하면 정부가 저축금액의 2배(월 최대 10만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출생 이후부터 17세까지 디딤씨앗통장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12세부터 17세까지만 가입할 수 있었다. 디딤씨앗통장에 배정된 예산은 올해 499억원에서 내년 1267억원으로 배정됐다.

아동복지 시설과 위탁 가정을 떠나 홀로 서기에 나선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한 지원도 늘린다. 보호 종료 후 5년간 지원되는 자립 수당을 월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한다. 자립지원 전담 인력도 180명에서 230명으로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