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 /뉴스1

자녀가 자랄수록 양육비 지출은 늘어나는데, 저출산을 대응하기 위한 정부 사업은 영유아기에만 집중돼 있어 출산율 제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2 회계연도 결산 주요 사업 분석’ 보고서에서 “아동 양육에 대한 현금성 지원이 생애 초기에 집중돼 있어 지원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며 “수혜자의 체감도가 낮고 해외 주요국과 비교할 때 (지급 대상) 연령이 너무 낮다”고 꼬집었다. 프랑스의 경우 출산 장려 차원에서 2자녀 이상인 가구에 대해선 만 20세 미만까지 가족수당을 보조하며 가계 양육비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8세 이후로는 보육 수당이 사실상 끊겨 가계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10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현재 보육 관련 현금성 수당 지원 사업은 ▲부모급여(종전 영아수당) ▲가정양육수당 ▲아동수당 ▲첫만남 이용권 등이 있다.

올해 처음 시행된 부모급여는 만 0~1세 아동(2022년 이후 출생)을 보육하는 가정에 대해 0세는 월 70만원, 1세는 35만원의 현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4년부터는 0세 아동에 대해선 월 100만원, 1세 아동에 대해선 월 50만원의 부모급여가 지급된다. 지난해까지 0~1세 아동에 대해 월 30만원을 지원하던 영아수당 사업을 확대한 사업이다.

가정양육수당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을 이용하지 않는 86개월 미만 영유아에 대해 소득과 관계없이 0~11개월까지는 월 20만원, 12~23개월은 월 15만원, 24개월 이상은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다만 2022년생부터는 부모급여 지급이 종료하는 24개월 때부터 가정양육수당 10만원이 지급된다.

아동수당은 부모급여나 가정양육수당과 관계없이 만 8세 미만(생후 95개월까지) 모든 아동에 대해 월 1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그래픽=손민균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0세 신생아를 키우는 가정은 부모급여 70만원에 아동수당 10만원, 최대 80만원을 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첫만남 이용권 200만원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별개다.

1세 자녀를 둔 가정은 부모급여 35만원에 아동수당 10만원까지 최대 45만원을 받게 된다. 24개월 이상 자녀를 둔 가정은 아동수당 10만원에 가정보육시 보육수당 10만원까지 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에는 아동수당 10만원만 받는다.

내년부터는 부모급여가 12개월 미만은 100만원, 12~24개월은 50만원으로 늘어난다. 즉, 내년부터 신생아를 키우는 가정은 최대 110만원을 보육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내년부터는 생후 월령에 따라 최대 110만원에서 10만원까지 월별 지원금 규모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대다수의 가정이 생후 24개월이 지난 아동을 보육시설에 보낸다는 점에서 24개월 이후 자녀를 보육하는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수당은 월 10만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자녀가 8세가 되면 지원이 끊긴다.

문제는 자녀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양육비용은 영유아 시기 이후로 점차 늘어난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21년 가족과 출산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 양육비용 추이를 보면 영유아(60만6000원)→초등학생(78만5000원)→중·고등학생(91만9000원) 등으로 증가한다. 사교육비를 제외하더라도 초등학생 시기엔 1인당 월 36만원, 중·고등학생 시기엔 월 41만원 수준으로 양육비가 발생해 가계에 부담을 준다.

외국에서는 자녀 성장에 따른 양육비용 증가를 고려해 자녀를 부양하는 동안 가족수당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국회예산정책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2자녀 이상인 가구에 대해 만 20세 미만까지 가족수당(2자녀 기준, 월 최대 132유로)을 지급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자녀 수의 구분 없이 모든 18세 미만 아동에게 월 250유로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18세 이후에도 학업 및 직업훈련을 받을 경우 25세까지 수당을 지원한다.

한국의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추이. /국회 예산정책처

국회예산정책처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할 때 지원 연령이 제한적으로서, 8세 이상 자녀 양육에 대한 국가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라며 “양육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게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 아동수당 혜택 연령과 아동수당 금액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지원 예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가족지원 예산은 GDP 대비 1.56%로, OECD 평균(2.29%)에 비해 적다.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현금 지급을 기준으로 보면 GDP 대비 0.32%로, OECD 평균인 1.12%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 미만)을 경험하였다가 극복한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가족지원 예산을 GDP 대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아동수당, 육아휴직, 보육 및 돌봄 지원 등의 가족지원 예산은 출산율 제고와 가장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예산으로, 해외 주요국의 저출산 극복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예산 사업의 범위를 재설정함과 동시에, 실제 저출산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가족지원 예산 사업을 중심으로 지원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범 후 공약에 따라 부모급여를 신설한 윤석열 정부는 현재 양육비 지원 방향을 소득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늘리기 보다, 소득에 따라 지원액이 차등 지급되는 ‘자녀장려금’(CTC)을 확대하는 쪽으로 세운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서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 기준 상한을 총소득 4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최대 지급액도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증액했다. 이에 따라 장려금 지급 대상은 58만가구에서 104만 가구로 2배 가까이 증가한다. 총 지급액도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2배가량 불어나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녀장려금은 저소득층을 겨냥해 환급형 제도로 만든 것”이라며 “아동수당 등 현금성 지원은 보편적 복지 사업으로 시행하지만, 자녀장려금은 정책 목적에 맞춰 범위를 설정해 지원할 수 있다. 좀 더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이 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