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올해 기대 이상으로 견고할 것이란 전망에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뛰면서 우리나라 대출금리가 더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확대, 미 신용등급 강등, 일본의 긴축 전환 등의 여파로 미 10년물 금리가 9월까지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4일(현지시각) 연 4.06%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3.8% 안팎을 유지해온 10년물 금리는 지난 3일 장중 연 4.198%까지 치솟았다. 이후 발표된 미 7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국채 금리 상승폭도 일부 되돌렸지만 여전히 전주의 3.968%보다 높은 수준에서 마감했다.
WSJ는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해 10월의 4.231%에 근접한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최근 급등한 이유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연착륙(soft landing·부드러운 경기 하강)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는 향후 경기 전망을 반영한다. 장기물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앞으로 경기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꺾이지 않으면 연준도 지금의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WSJ도 “미 경제 호조로 높은 수준의 금리가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에 시장이 베팅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 신용등급을 30년 만에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한 것도 10년물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피치는 “앞으로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평가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흔들면서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는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의 국채발행 확대 계획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긴축 전환 신호도 미 국채 금리에 영향을 미쳤다. 재무부는 3분기 장기채 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960억달러에서 103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풀리는 국채 물량이 늘면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는 상승)한다.
미국 재정 적자 확대로 재무부의 채권 발행 증가폭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늘고, 연준의 대차대조표(양적긴축·QT) 축소로 은행의 지준준비금까지 감소하면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9월까지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어 4분기 차입금 전망치(8520억달러)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7~9월 3개월간 10년물 금리 상승폭은 약 0.65%p로 추정되며, 이를 적용하면 10년물 금리 상단은 9월 말 4.48%까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미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세는 갈수록 수급 문제가 해결되면서 약해지겠지만, 심리적 저지선인 4.00%가 뚫린 만큼 빠른 시간 안에 다시 3% 중후반대로 복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BOJ는 지난달 말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상한선인 0.5%를 어느 정도 벗어나도 용인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미 국채를 보유해온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 채권으로 자금을 이동할 것이란 우려가 금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미 국채 금리가 들썩이면 우리나라 국채 금리도 덩달아 움직인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4.2%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급등한 이후인 지난 4일 우리나라 3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4%포인트(p) 오른 3.738%, 10년물 금리는 0.015%p 상승한 3.876%에 마감했다.
바로 다음날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후 4% 초반대로 하락한 여파로 한국 국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도 이날 오전 각각 0.056%p, 0.065%p씩 내린 3.682%, 3.811%를 기록했다.
경기 연착륙 전망 등에 힘입어 미 국채 금리가 4% 안팎의 높은 수준을 계속 이어가면 한국 국채 금리도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국채 금리 상승은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를 밀어올리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4연속 기준금리 동결에도 대출금리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 한동안 주춤했던 대출금리는 최근 서서히 올라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 대출금리는 5.17%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자난 4일 기준 4.08~6.937%로, 금리 상단이 7%에 근접했다.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인데, 이달까지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대출금리도 9월까지 추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