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빌라를 신축한 건축주 A씨는 분양·컨설팅업자 B씨와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 계약 시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공모했다. B씨는 이사지원금을 주겠다며 임차인을 유인해 높은 보증금으로 A씨와 전세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이후 ‘바지’ 임대인 C씨가 건물을 통째로 매수하도록 해 임대차 계약 종료 시 보증금을 반환하기 곤란하게 하는 방식으로 임차인에게 손해를 입혔다.
실제로 임대인 C씨가 같은 날 한꺼번에 한 건물의 다른 호실 15채를 매수하거나, 멀리 떨어진 주소지의 주택 8채를 매수하는 등의 이상 거래가 부동산 거래 신고 데이터에서 다수 발견됐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경제적 살인’에 비유되는 ‘악성 사기’로 규정하고, 10개월간 단속한 결과 총 289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2996명, 피해 금액은 45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31일 서울 시내 우리은행에서 전세사기피해 대출전담 창구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은행 전국지점에서 전세대출을 이용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도 서울보증보험(SGI)으로부터 발급받은 보증서를 활용해 정부가 지원하는 저금리(연 1.2∼2.1%)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뉴스1

◇ 전세사기 범죄 ‘허위 보증‧보험’ 가장 많아

8일 국토교통부·대검찰청·경찰청은 ‘전세사기 대응 협의회’를 통해 수사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결과 전세사기 사범 2895명(구속 28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수사 의뢰 등을 토대로 ‘무자본 갭투자’ 보증금 편취, 전세자금 대출사기 등 대규모 전세사기 조직 31개를 적발했다. 6개 조직에 대해서는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2차 특별단속에서는 전세사기 가담행위자도 중점적으로 수사해 불법 중개행위를 한 공인중개사 등 486명을 검거했다. 부동산 감정평가액을 고의로 부풀린 불법 감정 행위에 대해서는 45명을 수사 중이다. 1차 단속 때보다 전세사기 관련 범죄 수익이 10.2배 늘어나면서 범죄 수익 56억1000만원 상당을 보전 조치했다.

전세사기 범죄 유형별로는 ▲금융기관 전세자금대출 등 공적 기금을 소진하는 ‘허위 보증‧보험’ 1471명 ▲조직적으로 보증금 또는 리베이트를 편취한 ‘무자본 갭투자’ 514명 ▲법정 초과 수수료, 중요사항 미고지 등 ‘불법 중개행위’ 486명 순으로 검거됐다.

전세사기 의심 거래의 지역별 보증금 피해 규모는 서울 강서구가 833억원으로 가장 컸다. 경기 화성이 238억원, 인천 부평이 211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5월 30일 서울의 한 상가 건물에 임대로 나온 옛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뉴스1

◇ 전세사기 피해자 2996명, 20‧30이 절반 넘어

경찰청은 전국적으로 1만300여채를 보유한 10개 무자본 갭투자 편취조직을 잡아들였다. 허위 전세 계약서로 공적자금 성격의 전세자금 대출금 약 788억원을 가로챈 21개 전세자금 대출 사기 조직도 체포했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2996명, 피해 금액은 4599억원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20대‧30대가 54.4%, 주택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빌라)과 오피스텔이 83.4%, 1인당 피해 금액은 2억원 이하가 80.2%로 가장 많았다.

전세사기 의심자 등 970명의 신분은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414명, 42.7%), 임대인(264, 27.2%), 건축주(161명, 16.6%), 분양·컨설팅업자(72명, 7.4%) 순이었다.

검찰은 전국 54개 검찰청에 71명의 ‘전세사기 전담검사’를 지정했다. 전담검사는 국토부·경찰과 수사 초기부터 협력하고 송치 후 직접 보완수사 및 기소·공판까지 담당한다. 검찰은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는 경우 추가로 구속하거나 공범, 여죄를 입건하고 있다. 검찰은 ‘경합범 가중’으로 법정최고형까지 구형하는 등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하반기에는 분석 대상을 4만여 건으로 대폭 확대해 부동산 거래 신고 데이터 기반 조사를 추진하는 등 공조를 이어가겠다”라며 “앞으로 검찰청·경찰청으로부터 수사 개시와 피해자 현황 등 정보를 공유받아 전세사기 피해 지원 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