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4~6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주요 35개국 중 중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중국 등 주요 경제 대국의 경기 둔화가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 경쟁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겹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연합뉴스

12일 한국은행이 리투아니아·콜롬비아·코스타리카·룩셈부르크·뉴질랜드를 제외(통계 미발표 등)한 33개 OECD 회원국에 중국·인도네시아를 더한 35개국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0.7%로 35개국 중 20위에 그쳤다. 1분기 18위(0.6%)에서 두 계단 추락한 것이다.

2분기에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국가는 아이슬란드(3.9%)였다. 그 뒤를 네덜란드(2.6%), 튀르키예(2.1%), 아일랜드(1.8%), 이스라엘(1.7%), 오스트리아(1.5%), 그리스(1.2%), 스페인(1.1%), 이탈리아(1.1%), 헝가리(1.0%) 등이 따랐다.

주요 경제 대국 중에서는 일본(0.9%)이 17위로 한국을 앞섰다. 프랑스(0.5%·24위), 독일(0.1%·27위), 미국(-0.1%·31위) 등은 한국보다 순위가 낮았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2.6%로 35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결국 우리나라 양대 수출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 경제가 모두 뒷걸음치면서 한국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우리나라 수출은 1분기 대비 3.1% 감소했고, 결과적으로 순수출이 2분기 성장률을 1.0%포인트(p)나 끌어내렸다.

수출 위축 등에 따른 성장 둔화 현상은 하반기 남은 기간에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달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상반기까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이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다른 나라 경제도 부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공격적 긴축 행보가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 중이고,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차질에 발목을 잡혔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도시 봉쇄 조치와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 등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오른 기준금리의 부정적 영향도 올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그동안 쌓인 부채와 높아진 자산 가격이 통화정책 긴축의 영향을 확대할 소지가 있고, 저소득·과다 차입 가계를 중심으로 소비 제약 효과가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 흐름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달 6일 발표한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본격화한다”며 “수출 둔화와 수입 증가에 따라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