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시행으로 우리나라 전기차 업계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 대표단이 미국 측 주요 인사와 만나 본격적인 협의에 착수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 16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안성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과 손웅기 기획재정부 통상현안대책반장,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등 정부 대표단이 8월 29~31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다고 29일 밝혔다.

방미 기간 정부 대표단은 무역대표부(USTR)·재무부·상무부 등 미국 행정부 주요 기관과 의회를 방문해 개정된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관한 한국 정부의 우려와 관련 업계의 입장, 국내 여론 등을 전달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또 대표단은 미국에 진출한 자동차·배터리 업계와 만나 기업들의 대응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대표단 출장은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월 초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사전 협의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정부는 안 본부장 방미를 계기로 IRA 관련 한미 당국간 협의를 고위급으로 격상해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16일(현지시각) 서명한 IRA는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거나 중국산 광물·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전기차 5개 모델이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내년부터 배터리 광물 조달 비율과 배터리 부품 조달 비율이 적용된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IRA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부터는 친환경차가 북미에서 최종 조립(기본 조건)되고, 리튬·코발트 등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최소 40% 이상 조달해야 하며, 배터리 부품도 절반 이상을 북미산으로 채워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해야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광물 조건은 2027년 80%, 배터리 부품 조건은 2029년 100%로 상향 조정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미국이 IRA를 통해 첨단 산업 육성과 자국 산업 보호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국내 정치 요소, 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모색, 자국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