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귀갓길 택시가 잡히지 않는 ‘택시 대란’이 극성인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침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토부는 최근 택시 대란의 주요 원인이 밤 10시~새벽 2시 심야 시간대에 기사들이 택시를 끌고 나오지 않아,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지는 데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해당 시간대에만 요금을 높여 적용할 수 있는 ‘탄력 요금제’를 플랫폼 택시들에 도입해, 택시 기사들의 심야 운행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련의 사태가 낮은 기본요금으로 일반 택시 산업에 인력이 유입되지 않아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플랫폼 택시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 아니냔 비판도 나온다.

서울역에서 주행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 /뉴스1

◇ “심야에 4명 중 3명 택시 못잡아…공급 문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에게 심야 택시난 해소를 위한 교통 대책을 담은 국토부 주요 과제를 업무 보고했다. 그만큼 심야 시간대 택시 부족 현상이 시급한 교통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카오택시 등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하는 택시에 한해, 호출 시점의 실시간 수요·공급에 따라 요금이 변동하는, 이른바 탄력 요금제를 도입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다. 심야에 한정해 요금을 일정 범위 내 탄력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 기사의 심야 운행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심야 시간대 호출 성공률은 25% 수준으로, 4명 중 3명은 심야에 택시를 못 잡는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공급의 문제로 파악되고 있다”며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가격을 통해 택시의 공급력을 증대시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택시 대란이 더욱 심화하는 올해 연말 전까지는 탄력 요금제가 플랫폼 택시들에 구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진환 교통물류실장 직무대리(종합교통정책관)는 “(탄력 요금제에 따라) 가격이 너무 낮으면 심야에 택시를 몰고 나오지 않을 것이고, 너무 높으면 요금 인상으로만 이어지니 국민들의 수용성 있는 범위 내에서 절충안을 찾으려고 한다”며 “현재 세부적인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8일 부산 사상구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택시기사를 구하지 못해 운행이 불가한 택시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뉴스1

◇ ‘낮은 기본요금-서비스질 저하’ 문제인데…“미봉책” 지적

국토부가 수요-공급 미스매치 현상을 플랫폼 택시에 한정해 요금 조정으로 해결하려는 이유는, 현행법상 플랫폼 사업자는 신규 요금제 도입이나 요금 체계 변경 시 국토부에 이를 신고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택시의 요금 조정은 어느 정도 국토부의 권한 내에 있으니,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반면 전반적인 기본요금 책정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라, 국토부가 건들 수 없다. 현재 서울시 택시(중형)의 2㎞ 기본요금은 주간 3800원, 심야 4600원 등이다. 2019년 인상된 것이 마지막이다. 2년마다 한번씩 유가·인건비·물가 변동 등의 요인을 고려해 요금 조정이 이뤄지게 돼 있는데, 이미 인상 요인이 산적했는데도 올해 상반기엔 6·1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못했다.

현실적인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방책이 근본적인 해결법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의 심야 택시 대란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택시 종사자 수가 많이 감소한 영향에다가, 낮은 수입 등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열악한 고용 환경 등이 맞물린 구조적인 문제에서 주로 기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택시 기본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8%에 불과하다. 전반적인 요금 체계 개편이 일정 부분 필요한데도, 지자체 권한이란 이유로 국토부는 손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원 장관은 “택시 자체의 공급을 늘리는 부분도 검토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며 “지난 정부 ‘타다’처럼 승차 공유 플랫폼 등 제도 혁신이나 공급이 이해관계 때문에 제약되는 부분은 반드시 돌파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지금의 심야 택시난은 영세한 택시 산업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보편적인 택시 요금 인상, 모빌리티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 등을 위한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심야 시간에 카카오 등 플랫폼 택시의 탄력 요금을 확대하는 방식은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특정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미봉책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