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big step)’을 단행했다. 지난 1950년 한은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기존 연 1.75%에서 2.25%로 높아졌다. 기준금리가 2%대로 올라서면서 향후 추가 금리인상 횟수와 속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이번 ‘빅스텝’ 결정이 이례적이었다고 보고, 올해 남은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금리 인상폭은 통상적인 0.25%p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 추가 인상 시점은 8월로, 한은이 4회 연속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10월부터 시작되는 4분기 전망은 유동적이다. 한은이 올해 들어 처음 언급한 경기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은 10월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연 0.50%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이 오는 10월 연 2.75%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8월 추가인상 불가피…빅스텝 가능성은 낮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로 0.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과 5월 금통위에 이어 이날 열린 금통위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는데, 이 역시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역전 현상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창용 총재가 “기준금리 0.5%p 인상은 예외적인 상황이고 향후 물가 흐름이 예상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0.25%p씩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주목했다. 이를 두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빅스텝이 높아진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급격히 꺾기 위한 일회성 조치라고 해석했고, 이에 따라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김상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총재는 빅스텝이 임금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1970년대 고물가 고착화 방지 차원의 선제적 조치임을 강조했고, 향후 성장과 물가 경로가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경우 0.25%p씩 인상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며 “이에 8월 연속 빅스텝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물가 피크아웃(peak-out·정점 통과) 시점을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로 제시한 점을 들어 8월 0.25%p 추가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에 따르면 3분기까지는 물가와 경기침체 가능성 중 물가의 무게감이 훨씬 높고, 이를 감안하면 8월 0.25%p 인상은 정해진 수순”이라며 “그러나 4분기부터는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가 인상에는 신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올해 주요국의 성장세가 약화되면서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도 지난 5월 전망치인 2.7%를 다소 하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민간소비 회복세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 “연말까지 2~3차례 추가 금리인상”

한국은행이 물가 억제를 목표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연말 기준금리는 연 2.75~3.00%까지 상승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이 총재는 “국내 물가 흐름이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뒤 완만하게 낮아지는 한국은행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계속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남은 금통위 회의는 8월, 10월, 11월까지 총 3회다. 한국은행이 남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씩 인상할 경우 연말 기준금리는 연 3%가 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행은 올해 전례 없는 6회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하게 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 중심의 공격적 금리인상 기조 역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는 고점에 근접했기 때문에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판단한다”며 “이 총재가 기준금리 연 2.25%를 중립금리 하단 부근으로 보는 만큼 향후 0.25%p씩 3회 추가 인상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유발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의미한다. 통상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이상으로 높아지면 긴축적 통화정책이 되기 때문에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는 제약이 걸린다. 이날 이 총재는 “지금 금리가 2.25%인데 중립금리 하단 정도에 왔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한국은행이 생각하는 중립금리는 2.5~2.75%로 추정된다”며 “현재 기준금리가 2.25%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0.25%p씩 1~2차례 더 인상하면 중립에 도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가 언급한 0.25%p씩 점진적 금리인상 경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물가”라면서 향후 물가 상승세가 얼마나 빨리 진정되느냐에 따라 연말 금리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 스탠스가 지속되면서 8월과 10월까지 금리를 두 차례 0.25%p씩 올릴 것이라”며 “다만 4분기 이후 경기에 대한 고려가 본격화되면서 11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해 연말 금리수준은 2.75%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