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종식’을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언론 인터뷰가 각종 외신을 통해 비중 있게 보도되는 등 사회적 주목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진행 중인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공전하고 있다. 6월말까지 개 식용 종식 방법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당초 목표를 지키기 못하고 위원회 운영을 한번 더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개 식용 종식이란 방향성에서 나아가, ‘언제 최종 종식할 것이냐’를 두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다.
김건희 여사 인터뷰로 개 식용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는 만큼, 2차 연장 방침을 결정해 논의를 이어가게 된 위원회의 결론에 더욱 관심이 주목된다.
26일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오는 6월 말까지 운영 예정이었던 위원회는 이달에도 합의 사항을 도출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오는 29일 전체회의를 통해 연장 기간을 확정하기로 했다.
동물보호단체·육견업계·전문가·정부 인사 등 21명이 모여 개 식용 문제를 논의하는 이 사회적 기구는 지난해 12월 출범해 당초 지난 4월까지 결론을 내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그런데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달 말까지로 2개월 더 위원회 운영 기간을 연장했으나 이마저 또 미뤄지게 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개월 연장 기간 소위원회를 2번 개최했고, 전체회의 1번도 앞둔 상황”이라며 “종식 방법과 관련한 육견업계와 동물보호단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불가피하게 위원회 운영 연장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15년 종식 유예기간 달라” VS “너무 길다”
위원회 측은 지난 5월 초 위원회 운영 1차 연장을 결정하면서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에 공감대를 이루는 성과가 있었으나, 아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사유를 설명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달이 흐른 지금도 사실상 당시 상황에서 더 나아간 것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위원회 출범 초기 때보다 ‘개 식용 종식’ 자체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사그라지고 논의의 초점이 ‘종식 시기’로 넘어가긴 했으나, 이를 두고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탓이다. 업계는 향후 15년 정도의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그 기간에는 영업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점진적으로 시설 철거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정부의 보상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동물보호단체 등에선 15년이란 기한이 너무 길다는 입장이다. 가능한 빠른 종식이 필요하며, 부득이하게 시한이 필요하다면 8년 뒤인 2030년 정도로 기한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 위원회의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데에는 위원회에 참가하는 구성원의 변동 문제도 작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정 단체의 대표가 임기가 만료되고 교체되는 등의 과정 탓에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단 농식품부는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위원회 구성원들의 정보를 비공개로 부치고 있다.
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각에선 당초 1차 연장 기간을 2개월로 잡은 것이 너무 촉박하지 않았냐는 지적도 있다”며 “이 때문에 2차 연장 기간은 이보다 더 긴 기한을 보장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 ‘개 식용 인식, 국민 93% 부정적’ 조사도…합의 속도 낼까
개 식용에 대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최근의 설문조사를 참고해 보면 대체로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교실 교수팀이 올해 4월 20~2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개 식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9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개고기를 먹는 경험이 있다는 응답에 대해서는 22%로 나타났는데 그중 60대 이상이 가장 많이 비중을 차지했고,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다만 관련 공식 통계는 집계가 이뤄졌는데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위원회는 최근 식용 목적의 개와 관련한 통계 자료가 전무한 상황에서, 식용 목적 개 사육 현황과 함께 대국민 설문조사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공표하면 여러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며 해당 조사 결과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개 식용 금지 문제는 당국자들의 의지도 뒷받침된 사안인 만큼, 앞으로 논의를 이어갈 위원회의 결론에 관심이 더욱 집중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개 식용 금지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정과제에는 ‘사람과 동물이 모두 함께 행복한 건전한 반려 문화 조성’을 포함하기도 했다. 정황근 농림부 장관도 이런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며 “위원회를 통해 합의가 이뤄지면 관련 법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냈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 종식을 주장하면서 해외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여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궁극적으로 개 식용을 안 한다는 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자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영국·싱가포르 등 언론은 이런 발언을 소개하며 한국의 개 식용 논란을 다시금 조명했다.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트타임스(ST)는 “한국에서 논쟁이 심한 식용 개고기와 관련해 가장 최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공인”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