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식품 물가도 치솟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치킨값이 3만원으로 오른다?!’

식탁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치킨 메뉴 가격을 2만원대 이상으로 올린 가운데 군소 브랜드와 개인업체의 치킨 가격도 대형 프랜차이즈의 가격을 쫓아가는 추세다.

◇ 서민 음식의 배신, 1년만에 치킨 10.9%, 짜장면 10.4% 올라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 중 치킨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0.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 품목 중 갈비탕(12.2%)에 이어 2번째로 많이 올랐다. 그 뒤를 이어 생선회(10.7%)와 짜장면(10.4%)이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치킨과 짜장면은 대표적인 서민 외식 메뉴다.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 심리가 크게 나타나는 품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치킨과 짜장면 물가가 급등한 것은 핵심 원자재인 닭고기와 밀가루, 유지류 가격 인상, 고유가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원자재 가격은 얼마나 올랐을까?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밀가루의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식용유는 22.7%, 닭고기는 16.1% 올랐다. 작년 하반기부터 주요 치킨 브랜드들이 치킨값을 대폭 올린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물가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면 ‘치킨 3만원 시대’가 열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치킨 값이 3만원은 돼야 한다”고만 했을 때도 소비자들은 싸늘한 반응만 보였지만, 최근의 고물가 추세는 우려를 현실화하기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전 메뉴의 가격을 인상한 BBQ의 황금올리브 콤보(양념)는 현재 2만5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배달앱을 통해 주문할 경우 배달비가 붙어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은 3만원에 육박한다. 한 차례만 더 가격(2000원)을 올리면 기본 배달료(3000원)를 포함해 3만원이 된다.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주변 미콜라이우항의 니카-테라 곡물 수출 터미널(가운데 검은 부분)이 최근 러시아군 폭격으로 파괴된 모습이 지난 7일(현지시각) 인공위성에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 저소득층에 치명적인 식탁 물가 급등… “체감 물가 완화책 검토해야”

이 같은 식탁 물가 급등은 서민 가계에 치명적이다. 가처분소득이 적은 서민 가구의 식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의 가구는 가처분소득의 42.2%를 식료품 및 외식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가처분소득 84만7039원 중 식료품·외식비로 35만7754원을 쓴 것이다. 구체적으로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이 25만1783원, 외식 등 식사비 지출이 10만5971원이었다.

전체 가구 평균을 보면 가처분소득(386만431원) 중 식료품·외식비(70만6383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18.3%였다. 이러한 수치는 식품·외식 물가 상승이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농산물 가격의 계속 오르면서 음식료품, 외식업, 생필품의 물가를 밀어 올려 하반기에도 물가상승률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은 계속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국가인데, 전쟁으로 인해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방문, 주요 품목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분간 5%대 물가 지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말 올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을 2.1%로 예상했던 OECD는 최근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4.8%로 2.7%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은 결국 서민 가구의 생활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추 부총리는 지난 9일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상승은 취약 계층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진다”면서 “모든 부처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관 분야 물가안정은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말 발표한 할당관세 적용과 부가가치세 면제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물가 대책으로 제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인플레이션은 저소득층일수록 피해를 보는 ‘역진세’적인 성격이 있다”면서 “민생안정대책에서 제시한 할당관세(0%) 적용과 부가가치세 면제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