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5G 중계기 앞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KT 제공

정부가 고물가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3분기부터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한다. 5G 이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3~27% 수준에 불과하지만 현행 통신비 요금 체계가 10~12GB ‘5만원대’, 110~150GB ‘7만원대’로 양분돼 가계 통신비 지출이 증가하는 상황을 막고자 중간 요금제를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서민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2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를 1학기 수준인 1.7%로 동결하고, 고금리·변동금리 주택담보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하는 2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도입하기로 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 부담 급증을 막기 위한 민생안정대책의 일환이란 해석이다.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 가구를 위한 긴급생활지원금도 추가 지급한다. 저소득층 가구를 위한 긴급복지생계지원금과 에너지바우처는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확대하기로 했다.

◇물가 상승 요인된 통신비… ‘5G 중간요금제’ 가계 부담 완화 기대

정부는 30일 발표한 민생안정을 위한 10대 프로젝트에서 생계비 부담 경감의 일환으로 통신비를 줄이기 위한 ‘5G 중간요금제’를 3분기부터 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5G 이동통신 요금제가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저가 요금제와 무제한 사용이 가능한 고가 요금제로 나눠져 있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통신료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보고 관련 부처 및 통신업계와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3분기부터는 중간요금제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5G 통신 요금 체계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 구간에 맞는 요금제가 없어 통신 기업들이 부당 수익을 올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달 통신 데이터가 30GB면 충분한 가입자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100GB 이상 요금제에 가입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3사는 이 같은 유휴 데이터로 2019년부터 현재까지 3조원 수준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 추세대로라면 통신사들의 올해 연간 유휴데이터 수익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이은현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시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들의 데이터 이용량은 급증하고 있으나 제한적인 요금제 운영으로 이용자의 선택권은 제한되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당시 남기태 인수위 과학기술분과 위원은 “5G 이용자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한 사람마다 약 23GB 정도 되는데 통신사가 제공하는 요금제에는 10GB와 100GB가 있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 간극을 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가계의 과도한 이동통신비 부담이 물가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점도 감안됐다. 통계청의 2021년 연간 가계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인 가구의 통신비 지출은 평균 22만원으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다. 스마트폰을 교체하면서 기존 4G 요금제에서 5G 요금제로 갈아타면서 통신비 지출이 함께 늘었다는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신비는 총 12가지 소비지출 품목 가운데 지출액 증가율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중간요금제로 선택권이 다양해지면 보다 저렴한 요금제로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통신비 부담이 낮아지고, 그만큼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학자금 대출 금리 동결, 20조원 규모 안심전환대출도

정부는 이 외에도 가계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2학기 대학교 학자금 대출 금리를 1학기 수준의 금리(1.7%)로 동결하기로 했다.

아울러 1·2차 학자금 전환대출에서 제외된 2010~2012년에 고금리로 학자금 대출을 받은 기대출자를 위한 전환대출도 7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2010~2012년에 3.9~5.8%대 금리로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이번 전환대출을 통해 학자금 대출 금리를 2.9%로 낮출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서민들을 대상으로 고금리·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고정금리로 대환하는 2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마련한다. 가구당 2.5억원 한도로 최대 0.3%포인트의 금리를 낮출 수 있게 된다.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할 경우 연간 납부하는 이자를 최대 75만원 줄일 수 있게 된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서 시장 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학자금 대출 금리를 동결해 가계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생계를 위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이용한 서민 가구의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저소득층 가구당 최대 100만원(4인 가구)의 긴급생활지원금을 신규 지급하고, 저소득가구의 냉·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과 지원 단가를 확대하기로 했다.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은 종전 대비 29만8000가구 늘어나고, 지급 단가도 기존 가구당 12만7000원에서 17만2000원으로 4만5000원을 증액했다.

아울러 올 하반기 중 긴급복지생계지원금 지급 대상의 재산기준을 완화해 지원 대상을 12만명 확대하고 생계지원금 지급액도 131만원에서 154만원으로 17.6% 인상하기로 했다. 물가 상승으로 냉난방비는 물론 식료품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반영해 에너지바우처와 생계지원금 금액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민생활과 밀접한 민생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적시에 추진할 방침”이라며 “소관 부처 책임하에 서민생활 밀접 분야 중심으로 정책과제를 집중 발굴하고, 범부처적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정부 내 논의 채널을 활용해 신속히 조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