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70원을 돌파하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구두개입에도 환율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1시 28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0.52% 오른 1271.6원을 기록 중이다. 이날 0.2원 내린 1265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중 상승폭을 키우면서 1270원대로 올라섰다. 환율이 장중 1270원을 넘어선 것은 2020년 3월 23일(1282.5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이날 장 시작 전 “금주 들어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빠른 상황인데, 필요하면 시장안정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면서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상승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전망과 중국 봉쇄 조치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이 이날 환율을 밀어올렸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최근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3선까지 뛰었다. 이달 초 98선에서 움직이던 달러인덱스는 현재 0.44% 오른 103.42를 기록 중이다. 이는 2017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유로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점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27일(현지시각) 유로화 가치는 장중 한 때 유로당 1.0515달러까지 떨어졌다. 5년 만에 최저치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여파로 유로화가 약세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일본과 중국을 둘러싼 불안 요인도 원화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일본은행의 금리동결 소식에 엔·달러 환율이 장중 129.68엔까지 뛰면서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의 봉쇄 조치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위안화도 연일 약세다. 이에 위안화 움직임을 따라가는 원화도 덩달아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