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달 우리나라 수입물가가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긴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당분간 수입물가도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2년 2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7.34로 전월보다 3.5% 올랐다. 2개월 연속 상승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9.4% 뛰었다. 전년 동월 기준으로는 12개월 연속 오름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수입물가를 밀어올렸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한국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월평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92.36달러로, 전월(83.47달러) 대비 10.7% 상승했다.
고(高)유가 여파로 원재료는 광산품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7.2% 급등했다. 중간재는 석탄및석유제품, 제1차금속제품, 화학제품 등 위주로 2.4% 상승했다. 자본재는 0.8% 올랐고 소비재는 보합을 나타냈다.
수입물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200원대로 치솟은 점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1월 월평균 1194.01원이었던 환율은 지난달 1198.34로 올랐고, 이달 들어서는 1240대로 올라섰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3원 오른 1242.3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240원을 넘어선 것은 약 1년 10개월 만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밀어올려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환율이 상승하면 원유, 곡물 등 수입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이다. 유가 급등에 환율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에는 4%대로 진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최근 원자재, 에너지 가격의 상승폭이 커지면서 물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앞서 제시한 3.1%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도 2.1% 상승한 118.21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0.3% 올랐다. 전년 동월 기준으로는 13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석탄및석유제품(10.3%), 제1차금속제품(1.6%) 등 공산품을 중심으로 수출물가도 오름세를 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