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요소 수출 제한 조치로 경유차에 쓰이는 요소수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한국 정부가 제2의 요소수 대란을 막고자 광물 부국 칠레에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박기영 산업부 2차관과 후안 카를로스 호베트 칠레 에너지부·광업부 장관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광물과 재생에너지, 에너지 연구개발(R&D) 등의 협력 강화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칠레는 광물 자원 부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특히 이차전지와 전기차 배터리에 꼭 필요한 리튬의 전 세계 매장량에서 칠레가 차지하는 비중은 45.8%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이차전지 양극재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의 83.5%를 중국산에 의존한다. 칠레산 수입 비율은 12.5%에 그친다. 만약 중국이 요소처럼 리튬에 대해서도 수출 제한 조처를 하면 국내 산업계의 피해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박 차관은 “칠레 자원 산업에 많은 한국 민간 기업이 참여해 리튬 등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이 구축되길 바란다”고 했다. 산업부는 칠레가 리튬뿐 아니라 동(전 세계 매장량의 23.0%), 요오드(9.8%), 몰리브덴(7.8%) 등의 광물도 풍부하게 보유 중이라고 전했다.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박 차관은 한국동서발전‧한국수력원자력 등의 기업이 칠레 현지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사실을 언급하며 “향후 태양광 출력제어‧계통지연 관련 사례 공유와 공동 연구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또 박 차관은 “청정에너지 기술 혁신이 2050 탄소중립과 경제 번영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청정에너지 R&D 촉진을 위한 양국 간 공동 기술 개발과 실증 사업 발굴도 전개하자”고 했다.
이날 두 나라는 ‘한-칠레 저탄소 수소협력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열고 수소 협력 확대 의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칠레는 작년 11월 방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글로벌 청정연료 공급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이 담긴 국가 그린수소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양국은 이번 MOU를 계기로 수소 생산에서 저장·운송, 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기술 교류를 추진하고, 국제적인 산업·비즈니스 컨소시엄 개발과 사업 기회도 확대하기로 했다. 박 차관은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수소 협력을 통해 한국과 칠레가 글로벌 청정수소 경제를 조기에 활성화하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