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인상하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은의 기준금리 조정은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한은은 4차 코로나 대유행으로 하루 확진자 숫자가 2000명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가계부채 폭증과 자산시장 과열, 물가 상승 압력 등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다음 인상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26일 통화정책방향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두고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첫발’이라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한국은행

◇ 한은, 기준금리 2년 9개월만 인상…연 0.75%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코로나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백신접종 확대와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불균형이 누적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금리인상에 대해 주상영 금통위원이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경기 개선 정도에 맞춰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나갈 계획”이라며 “코로나 전개 상황과 금융불균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며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경제가 하반기에도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한 점을 감안하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코로나 4차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4%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경제주체의 학습 효과로 소비 감소폭이 이전만큼 크지 않은 데다 온라인 소비 증가로 7월 카드사용액이 늘어난 점을 들어 3분기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덜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백신접종 확대와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효과도 하반기 소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델타 변이 확산이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우리 경제의 기조적인 회복 흐름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번 금리 인상에도 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한 점도 추가 인상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p 올렸지만,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례적인 완화의 여건이 1년 반 정도 지속되다보니까 거기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 경기 개선에 맞춰 금리를 정상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융불균형 해소와 물가 안정에 역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나가겠다고 밝힌 점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는 6월말 기준 1800조원을 돌파했다. 초저금리에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에 투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이로 인한 자금쏠림 현상이 자산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금융불균형을 키워 경제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경제 주체들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위험 선호 성향을 낮추게 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가계부채 증가세,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금융불균형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 하나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시장 전문가 “11월 추가 금리인상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이르면 오는 11월 금통위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국은행 금리인상은 자산시장 버블 대응과 인플레이션 및 환율 상승 압력 통제 관련 고육지책 성격이 짙어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한 단발성이 아닌 연속성을 띈 정책 변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시점이 백신접종 확대로 인한 집단면역 달성 여부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발표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경기 자신감,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 시선, 통방문에서의 ‘점진적 조정’을 언급 등을 감안할 때 연내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며 “다만 만장일치 인상이 아니었던 만큼, 10월에는 인상 효과를 지켜본 뒤 11월 경제전망 보고서 발표와 함께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추가 조정 시점 점검 요인에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문구를 추가했는데, 이는 연준의 테이퍼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부가 오는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재난지원금과 백신접종 효과를 확인하고 난 후인 11월에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이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서두르진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