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한국은행이 이르면 8월에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지만, 지난 6일을 기점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대로 치솟으면서 8월 인상 가능성이 대폭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 재확산이라는 변수를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오는 10월에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내 인상 횟수는 1회로 예상했다. 코로나 ‘4차 대유행’ 여파로 소비와 내수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경우 한은도 금리인상 속도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 전문가 10명 중 8명 “첫 금리인상 10~11월 전망”
조선비즈가 12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명은 한국은행이 오는 10월 기준금리를 25bp(1bp=0.01%) 올릴 것이라고 봤다. 2명은 첫 금리인상 시점을 11월로 예측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도발(發)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 한국은행이 당장 8월에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코로나 확산 흐름과 경기 상황을 지켜보다가 10월이나 11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서비스업 매출이 영향을 받는 등 하반기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본다”며 “오는 8월 발표하는 수정 경제 전망을 보고 첫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도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코로나 상황을 살피겠다고 했다”면서 “지금의 코로나 확산 흐름이 7월중 당장 안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8월 인상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고 했다.
첫 금리인상 시점(연내 인상 횟수) | |
강승원 NH투자증권 | 10월(1회) |
공동락 대신증권 | 8월, 11월(2회) |
김상훈 KB투자증권 | 10월(1회) |
문홍철 DB투자증권 | 10월(1회)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 10월(1회) |
안예하 키움증권 | 11월(1회) |
안영진 SK증권 | 8월(1회) |
윤여삼 메리츠증권 | 10월(1회) |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 10월(1회) |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 11월(1회) |
◇ 일부 ‘8월 인상’ 전망도…”한은, 금융안정에 초점”
8월 인상을 점친 전문가도 2명이었다. 이들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사실상 ‘연내’로 못 박는 등 인상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낸 데다 금리 인상폭이 25bp로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8월에 한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이주열 총재는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1~2번 인상한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리 수준(0.5%)이 극단적으로 낮기 때문에 소폭 올려도 긴축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적인 긴축이라기보다 가계부채 급증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완화’에 중점을 둔 조치인 만큼 코로나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8월 금리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설명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간 통화정책 일정에 대한 (이주열 총재의) 시그널(신호)이 명확했기 때문에 당장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의 변수로 인해 계획했던 금리인상 일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리인상 연내 한 번…”2회 인상 가능성 낮아”
전문가 10명 중 9명은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를 한 번만 인상한 뒤 내년 1분기에 두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까지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8월과 10~11월에 금리를 각각 25bp씩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급부상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연내 2회 인상은 어려워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미국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편이라, 당분간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외부 변수가 경기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은 코로나 확진자가 2만명에 달해도 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이유는 백신 접종률이 50%에 달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백신 접종률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코로나 확산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주열 총재 임기가 끝나기 전인 내년 4월 이전에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이런 전망을 내놓았다. 1명은 내년 상반기 대통령 선거 등의 주요 이벤트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은행이 2분기에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경우 한국은행이 연내 한 번만 금리를 올리고 내년에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정책 결정이 코로나 확산 추이에 달렸다”면서 “불과 지난주만 해도 이주열 총재 임기 내 2번 금리인상이 컨센서스(시장 전망치)였는데, 지금 코로나 확산세만 보면 2번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