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산업생산이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공공행정 생산 증가에 힘입어 한 달 만에 소폭 플러스(+) 전환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광공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에서 생산이 줄었다. 코로나 백신 접종 등 정책적 효과를 제외하면 산업 전반이 부진한 상황인 것이다.

광공업 생산은 두 달 연속 감소했고, 회복 조짐을 보이던 서비스업도 4개월 만에 감소 전환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건설업도 두 달 연속 생산이 줄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장기화로 자동차 생산은 세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매판매도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가 줄어 감소 전환하는 등 소비도 정점을 찍고 다시 하락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이 제조업 부진이 심화되면서 내수 출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주목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국면의 경기회복세가 안착되기도 전에 조정 국면이 찾아온 모양새다.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이른 정점을 찍고 하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투싼과 수소전기차 넥쏘를 생산하는 5공장 2라인과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은 울산시 북구 현대차 울산 3공장 모습./연합뉴스

◇ 車생산 세 달 연속 감소…제조업 부진 지속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1% 증가했다. 지난 4월(-1.1%) 감소했던 전산업생산이 한 달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이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경기 회복이 아닌 백신 접종 확대에 따라 공공행정 비용이 지난 2014년 10월(9.7%) 이후 6년 7개월만에 큰 폭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산업생산 증가는 코로나 백신 공급과 접종 관련 제조비와 공공운영비 등이 증가해 공공행정이 큰 폭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던 광공업 생산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광공업 생산은 광업 및 전기·가스업에서 증가했으나 제조업이 줄어 전월대비 0.7%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세 달 연속 감소세다. 부진의 원인인 제조업 생산(-1.0%)은 반도체(5.3%), 전기장비(3.4%) 등에서 늘었지만 자동차(-6.6%), 기계장비(-5.6%), 전자부품(-3.1%) 등이 부진하며 역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부진의 주요 원인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 생산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자동차 생산은 지난 3월(-3.7%)과 4월(-0.9%) 감소세를 보였고, 5월에도 -6.6%로 큰 폭 감소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완성차 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발생했다. 여기에 주요 반도체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 일본, 대만 등에 가뭄과 화재 등 자연재해와 사고가 겹치면서 더욱 심화됐고, 이같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제조업 부진으로 제조업 출하와 제조업가동률지수 모두 하락했다. 제조업 출하는 반도체와 전자부품 등에서 늘었지만, 자동차, 기계장비 등에서 줄어 전월대비 0.2% 감소했다. 수출 출하는 전월대비 2.3% 증가했으나 내수 출하가 2.0% 감소했다. 식료품(2.6%), 외복및모피(7.0%), 반도체(7.2%) 등이 증가했지만 석유정제(-8.0%), 기계장비(-4.6%), 고무·플라스틱(-6.2%) 등은 줄었다. 생산 능력 대비 생산 실적을 뜻하는 제조업 가동률지수(99.1)도 반도체와 전기장비에서 늘었으나 자동차, 통신·방송장비 등에서 줄어 전월대비 0.1% 줄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8%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제조업 내수출하지수 /통계청

◇ 소비 정점 찍었나…서비스업·소매판매 동반 감소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회복세를 보이던 서비스업생산도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거리두기 완화 영향으로 숙박·음식점(2.5%) 등에서 생산이 늘었으나, 도소매(-1.3%), 금융·보험(-1.0%) 등에서 생산이 줄어 전월대비 0.2% 감소했다. 소매업, 도매업, 자동차 및 부품판매업이 모두 감소했고, 운수 및 창고업도 택배파업 등 영향으로 육상운송업이 줄어 전월대비 0.3%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도 2개월만에 다시 감소 전환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1.0%) 판매가 늘었으나 의복 등 준내구재(-8.8%),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4%) 판매가 줄어 전월대비 1.8%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판매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5월 이상기후와 잦은 강우로 하절기 의류 판매가 감소했고, 외부활동과 외식수요 증가로 가정내 음식료품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업생산과 소매판매 회복세가 꺾이며 소비가 예상보다 이른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비투자도 감소세를 보였는데,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3.0%), 항공기 등 운송장비(-4.5%)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대비 3.5% 감소했다. 지난 2019년 말 부터 지속된 반도체설비 증가의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다만, 향후 경기 추세의 경우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내수 회복과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 정책의 효과로 개선이 기대된다는 것이 통계청 전망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을 하방요인으로 꼽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관해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 회복·반등 본격화”라고 했는데...

이같은 경기흐름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로 상향하며 강한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정부의 경제 전망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아직 코로나 위기가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제의 회복·반등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제는 ‘위기를 딛고 도약하는 경제’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제조업 부진의 지속과 서비스업·소매판매의 회복이 주춤한 흐름이 경기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올해 4.2% 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2분기 전기비 성장률이 1.0%를 상회해야 하는데 4월과 5월 생산 지표 흐름이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이라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는 등 마찰적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소비나 서비스쪽의 회복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점도 경기회복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