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이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맞춰 계열사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등 그린뉴딜 사업에 보조금 지급 등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시장의 선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 발전용량을 42.7GW로 확대하고,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보급대수를 133만대까지 늘리는 등 그린뉴딜 사업에 총 73조4000억원 투자하겠다는 목표다. 이와함께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엔터테인먼트나 게임 등 신규 먹거리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사업 확대도 활발했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수 71개로 지난해(64개)보다 7개 증가했다. 소속회사 수는 328개 증가한 2612개를 기록했다. 신규 지정 회사를 제외한 기존 회사 계열편입도 99개 늘었다. 계열사 수가 대폭 늘어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그린뉴딜 정책이 발표되면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조선비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계열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SK(034730)(23개), 카카오(035720)(30개), 삼천리(15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SK와 삼천리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계열 회사를 대거 편입했고,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사 편입이 주를 이뤘다.

경북 천북산단 한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SK는 환경플랫폼업체인 환경시설관리 등 16개사와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영위하는 쏠리스를 지분취득하고 태양광발전 회사인 아리울행복솔라를 신규 설립했다. SK는 33개 회사를 신규편입했고, SK 소속 회사는 총 148개로 대기업집단 중 가장 많았다.

삼천리는 아네모이 등 신재생에너지 펀드를 신규 조성했다. 또 와이즈솔라군산과 의령풍력발전 등 태양광과 풍력 관련 15개 회사를 계열편입했다. LS(006260)그룹도 신재생에너지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태양광 사업을 이끌 E1쏠라를 설립하고, 자회사인 LS빌드윈을 통해 빌드윈그린지앤피태양광발전 등 태양광 관련 법인을 신규 설립하는 등 7개 회사를 계열편입했다.

비대면 경제 활성화에 따라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등으로 확장에 나선 기업도 있다. 카카오는 웹소설, 드라마, 게임 등 광범위한 사업 확장을 위해 관련 회사 30개를 신규설립하거나 지분취득, 동반편입 등 방식으로 계열편입했다. 이런 움직임에 따라 계열사가 대폭 늘어나면서 카카오(118개)는 대기업집단 중 두 번째로 계열사가 많은 집단이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해 대기업집단 계열편입의 특징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거 진출했고,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등 미래 먹거리 개발이 활발했다는 점”이라면서 “산업 세대교체라는 시대변화가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조업 중심이었던 우리나라 재계의 판도 변화도 뚜렷하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경제가 가속화되면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과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등이 급성장했다. 특히 비대면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IT기업들의 약진이 뚜렷했다.

쿠팡은 자산총액이 지난해 3조1000억→5조8000억원으로 급증해 공시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카카오(14조2000억→19조9000억원), 네이버(9조5000억→13조6000억원), 넥슨(9조5000억→12조원), 넷마블(251270)(8조3000억원→10조7000억원)의 자산총액도 크게 증가했다.

IT·바이오기업의 성장세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보다 6개 늘어난 40개 집단이 지정됐는데 이 중 신규지정 4곳이 네이버, 넥슨, 넷마블, 셀트리온(068270)이다.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계열사가 21개 늘어 SK(23개)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