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야(與野) 국회의원을 보려면 여의도로 갈 필요가 없어요. 헌재와 광화문 앞에 모여 있잖아요.”

직장인 김모(47)씨는 20일 서울 을지로에서 만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헌재가 ‘탄핵 기각’ ‘탄핵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1인 시위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원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눈이 온다며 천막을 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과 민주노총은 광화문 앞을 차지하고 있다. 40개가 넘는 천막과 깃발을 줄지어 세웠다.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며 모여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8.8㎞를 행진하는 시위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방탄복을 입고 나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몸조심하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 성향인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선고 당일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탄핵 반대와 탄핵 찬성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헌재 앞에서 기자 회견을 하던 민주당 의원이 누군가 던진 날계란에 얼굴을 맞는 일도 이미 벌어졌다. 계란이 아닌 단단하거나 날카로운 물건이 날아 왔다면 크게 다쳤을 수도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지난 2017년 3월 10일에도 극심한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그 과정에 4명이 숨지는 불행한 일이 생겼다. 그때 다친 사람도 60명을 넘었다.

머지않아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결정을 선고하게 된다. 그런데 국가적 혼란을 수습해야 할 국회의원들까지 길거리로 나가 정치적 소용돌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들은 할 말이 있으면 길거리가 아닌 국회에서 해야 한다. 길거리 시위나 집회는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호소하는 수단이다. 의원들은 임기를 시작하면서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을 위해 노력하며 국가 이익을 위해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선서했다.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일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