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은 정치 양극화의 축소판이었다. 찬탄파(탄핵 찬성)는 ‘윤석열 파면’을, 반탄파(탄핵 반대)는 ‘탄핵 무효’를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특히 헌법재판소를 향한 메시지가 많았다. 표현과 수위의 정도는 달랐지만, 양측은 같은 것을 요구했다. “옳은 결정을 내려달라”고.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이 옳은 결정일까. 결국 양 극단의 지지자들은 자신이 속한 진영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로 ‘옳음’을 판단할 것이다. 그간 양측은 정책이나 이념적 차이가 아니라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권력 이슈’로 부딪혀 왔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론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 양극화는 이미 고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국은 1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과 함께 정치적 양극화가 ‘정서적 양극화’로 이어지는 국가 1위에 랭크됐다.

정치적 극단주의는 사회를 좀먹게 한다. 여야가 거듭 합의에 실패하면 법안 통과가 장기간 지연된다. 입법 교착에 빠지는 셈이다. 극단주의는 가짜뉴스도 부추긴다. 상대를 이기는데만 혈안이 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지층 결집을 위해 공당이 극단주의를 이용하고, 여기에 추종과 혐오의 ‘팬덤 정치’ 흐름까지 맞물리면 국민 분열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미 우리 사회가 그렇게 돼가고 있는지 모른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밥도 먹기 싫고, 연애도 불가능하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이번 헌재 결정을 두고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는 모습과 양상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사법부 판단에 대한 수용력은 민주주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이자 지표로 통한다.

승복은 단순히 결과나 판정을 인정하는 것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의는 절차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탄핵 심판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적 방법은 없다. 애초 불복이라는 것을 상정하고 만든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소추인 국회 그리고 피소추인 윤석열 대통령 등 모두가 진심으로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한 여야 지도부 역시 자신들이 내뱉은 말을 꼭 지켜야 한다. 양 극단 지지층을 자극할 수 있는 불필요한 ‘훌리건적 발언’도 자제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경찰력을 동원해 작은 충돌까지도 미시적으로 관리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또 찬탄파와 반탄파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

그래야 인용이든 기각이든 각하든, 어떤 결론이 나와도 우리 사회가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을 덜 치르고 혼란을 줄인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민감국가 지정으로 인한 혼란, 트럼프발 관세 정책 여파 등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요동쳤지만, 이 또한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이 될 수 있다면, 그 힘은 결국 국민들에게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