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프랜차이즈 대표, 요리 연구가, 방송인, 유튜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현재 맡고 있는 역할들이다. 물론 핵심 역할은 더본코리아의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다.
백 대표는 1994년 외식 프랜차이즈 더본코리아를 설립, 지난해 매출 4643억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일궜다. 더본코리아는 빽다방·홍콩반점·새마을식당·역전우동 등 20여개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 호텔, 지역개발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성장 핵심 요인은 맛과 가성비로 꼽힌다. 여기에 백 대표의 인기도 회사 성장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백 대표는 2018년부터 4년간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 동네 식당들을 컨설팅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맛남의 광장’,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이어 나가고 있다.
동네 식당 등 자영업자를 컨설팅하며 성장을 돕는 그의 외식 비즈니스 전문성과 ‘맛있쥬?’로 대표되는 특유의 부드러운 화법 등이 시장에 통했고, 백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역할을 했다. 업계에서 백 대표의 경영 능력은 물론 미디어 홍보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리스크도 있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 기업 오너이자 CEO인 백 대표의 인기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빽햄 논란’에서 드러났다. 백 대표는 지난달 17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백종원’을 통해 설 연휴에 맞춰 빽햄 선물세트 45% 할인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소비자 사이에선 애초 정가가 다른 제품 대비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다며, 할인 판매 상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백 대표는 같은 달 26일 유튜브 채널에서 “상술은 진짜 아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더본코리아는 일반 중소·중견기업과 비교해 백종원 대표가 그동안 구축한 전문성과 신뢰라는 프리미엄이 붙는다”며 “하지만 반대로 자칫 잘못하면 ‘백종원 프리미엄’이 한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종원 리스크는 지난해 11월 6일 상장한 더본코리아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더본코리아는 상장 첫날 공모가(3만4000원)보다 약 51.2% 높은 5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후 조정기를 거치며 주가가 하락했다. 12월 9일(3만1100원)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다 지난달 17일 빽햄 논란으로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더본코리아의 주가는 13일 종가 기준 3만600원이다.
더본코리아(475560)가 다음 성장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더본코리아=백종원’이 아닌,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를 넘어 해외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2005년 해외 외식 시장에 진출한 더본코리아는 현재 미국·일본·인도네시아 등 10여개국에서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등의 브랜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국내에선 백 대표 개인의 브랜드 이미지가 기업 성장 시너지를 냈지만, 해외에선 백 대표의 인지도가 낮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난달 26일 빽햄 논란 해명 영상 이후 백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렇다 할 영상을 올리지 않고 있다. 백 대표가 빽햄 논란과 더본코리아의 주가 회복을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