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신안군 지도읍 신안군 북부지점에서 진행된 일반김 경매에선 김 채취 어선 15척 중 6척이 캐온 물량이 모두 입찰자가 없어 폐기됐다. 120kg 1망을 2만원에 가져가라는 데도 가져가겠다는 중도인이 없었던 것이다.
수출 유망주로 촉망받던 ‘김’의 신세가 최근 처량해졌다. 작년엔 물량이 부족해서 난리더니, 올해는 남아돌아 문제다. 작년 1월 신안군수협에서 실시한 일반김 경매에서 120kg 김 1망의 평균 낙찰가격은 17만8000원이었다. 3월에는 28만6000원까지 뛰었다. 그랬던 게 올해 1월에는 21일까지 평균단가가 4만3000원에 그치고 있다. 1년 전 대비 25% 수준의 가격이다.
가격이 폭락한 건 생산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신안군수협에서 위판된 김의 양은 3만9466망, 무게로 환산하면 4736톤이다. 올해 1월에는 불과 21일만에 위판량이 벌써 4만337망, 4840톤에 달한다.
김 생산량이 급증한 건 기후변화로 해수온이 올라 김이 빠르게 성장했고, 작년에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위해 김 양식시설을 늘렸으며, 일부 어가가 무허가 양식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3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김 생산량이 평년 대비 30%가량 늘었다는 게 해양수산부와 어민들의 설명이다.
공급은 이처럼 늘었는데, 수요는 줄었다. 지난해 작황이 나빴던 일본의 김 생산이 올해 회복된 것이다. 작년 국내로 몰렸던 국제 김 수요가 빠지면서 생산된 김이 공장 창고에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벽부터 나가 김 채취를 하고 만선으로 돌아온 어민의 표정엔 그늘이 졌다. 경매에서 입찰자가 없으면 캐온 김을 그대로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을 대하는 어민들의 태도였다. 현장에서 만난 신안 압해군 송공리 어촌계장은 감산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신안군 관계자가 ‘시설 철거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언급하자, 어촌계장은 “그걸 마냥 기다리고 있으면 감산이 늦어질 수 있다”며 “생산 시설을 늘린 것도 어가이니, 철거하는 것도 어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온정주의식’ 퍼주기로 일관하는 야당과 쌀 감산을 거부하는 일부 농민단체의 태도와 결이 다르다. 정부가 ‘농망법’(농업이 망하는 법)이라고 부르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안법) 제정을 밀어부치고 있다. 과잉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고, 밀과 콩 등 주요 작물은 기준 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이번에 가격이 폭락한 김이 농안법 대상이었다면 어땠을까. 지난해 일반김 평균 낙찰가의 17만8000원(1망 기준)의 약 80%인 14만3000원을 기준 가격으로 설정할 경우, 올해 평균 낙찰가 4만3000원의 차액인 10만원을 재정으로 보조해야 한다. 재정이 줄줄 새 나갈게 불 보듯 뻔하다.
설 연휴 직전, 현장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어가들이 자발적으로 감산을 추진하기로 했어요. 가격은 서서히 올라갈 거라 봅니다. 폐기한다고 하고, 뒤로 빼돌려 염가에 넘기는 짓만 안 한다면요.” 라는 답이 돌아왔다.
선택의 자유가 시장경제를 돌리는 축이라면, 자기책임의 원리는 시장경제가 이탈하지 않도록 지키는 ‘린치핀’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헌법도 전문에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책임감이 투철한 경제주체를 양성하고 존중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성장 필수 요건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10억달러에서 딱 300만달러가 부족했다. 우리 김 산업이 겪는 지금의 진통이 다음 단계 진입을 위한 값진 경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