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영홈쇼핑이 약 30억 규모의 사상 첫 배당을 준비하고 있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주주 배당을 뭐라 할 순 없다. 그러나 공영홈쇼핑은 다르다. 2015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판로 확보를 주요 목적으로 설립됐을뿐더러, ‘배당 금지’를 조건으로 사업권을 받았던 곳이다.
배당 압박이 없으면, 경영진은 단기 실적에 매몰되지 않고 이익을 내부 유보해 공익사업에 재투자하거나 중소기업 지원에 투입할 수 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수수료율 인상도 자제할 수 있다.
그런데 공영홈쇼핑은 두 차례의 재승인 과정을 거치며 배당 조건을 슬그머니 완화했다. ‘결손금을 완전히 해소하기 전까지(2018년)’, ‘결손금이 있는 경우(2023년)’처럼 이익이 나면 언제든 배당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배당 근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당초 설립 취지인 ‘공익성’도 잃어가기 시작했다. ‘젖소(유우·乳牛) 불고기’를 1등급 한우로 판매해 지난해 중기부로부터 중징계를 받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이익이 더 잘 난다는 이유로 일부 업체에 편성 몰아주기 논란까지 나왔다. 검증된 우리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물품을 좋은 가격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다.
최대주주인 또 다른 중기부 산하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한유원)도 문제다. 한유원 역시 공영홈쇼핑과 비슷하게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판로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공영홈쇼핑 설립 당시 자본금(800억원)의 절반인 400억원을 대고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한유원은 지속적으로 배당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출자금으로 댄 비용의 이자가 부담스럽게 나가고 있는데, 마침 공영홈쇼핑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실적이 안 좋다. 한유원의 실적을 보면 매출은 2021년 882억원에서 2023년 1040억원으로 늘어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억원에서 13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한유원은 또 다른 홈쇼핑사인 홈앤쇼핑의 지분 약 1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한 배당 수익에서 적자를 만회할 힌트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공영홈쇼핑의 최근 이익이 코로나19 특수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공영홈쇼핑은 2020년 ‘마스크 대란’ 당시 홈쇼핑 업계에서 유일하게 마스크 공적 판매처로 지정되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그해 처음으로 200억원대 흑자를 냈다. 그 특수는 2021년부터 꺾여 2023년 31억원대로 급감했다. 2024년에는 적자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경기 불황에 홈쇼핑 업황 악화로 올해도 불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돈을 벌자마자 2023년 영업이익(31억원)과 맞먹는 규모의 배당을 결정한 공영홈쇼핑, 어려운 자금 사정을 배당으로 만회해 보겠다는 한유원. 이들의 관리·감독기관인 중기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다.
중기부 관계자는 “배당 여력이 있고, 산하기관 간 협의가 된 상황인 만큼 배당금이 적정했는지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번 배당금이 설립 취지인 공익성을 훼손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고 봤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배당 시작이 단순한 재무적 결정을 넘어 기관의 운영 철학과 목적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주주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에게 배당을 주기 위해선 단기적 재무 성과를 무시하기 어렵다.
배당이 불가피하다면, 중기부는 배당금 중 일부라도 공익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본질적 의미의 공익 추구가 뒷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