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 국민은 계엄사태의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에 있다고 본다. 또 ‘대통령 실패’의 책임은 마땅히 집권 여당에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여권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는 2% 안팎에 불과하다. 양당 구도는 계엄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
언뜻 보면 납득이 안 되는 결과다. ‘기이한 현상’의 전조는 한덕수 탄핵소추안 통과에서 시작됐다. 권한대행마저 탄핵시키는 민주당에 일부가 등을 돌렸다. ‘반(反)이재명·비(非)국민의힘’이라는 중간지대의 사람들 말이다. 수사 난맥상은 이들을 더욱 결집시켰다. 난맥상의 주인공은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였다. 체포 영장 집행을 경찰에 떠넘기려다 우스운 꼴만 보였다.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탄생했지만, 정작 그 덫에 걸렸다.
‘내란죄 철회’ 논란은 한 술 더 보탰다. 내란죄를 헌법이 아닌 형법의 틀 안에서 별도로 다루자는 취지다. 일단 계엄 정당성만 빨리 따지는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 무엇이 타당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다급한 속내는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사법 시간표’ 줄다리기에서 이기고 싶다는, 그 욕심 말이다.
그렇다면 다시 짚어 보자. 지지율 상승은 온전히 국민의힘이 잘해서 얻은 결과일까? 외부 상황과 요인에 의해 순간적으로 올라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당분간 유지한다 해도 지속성을 갖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보수진영의 골칫거리였던 부정선거론자, 음모론자의 손을 굳게 잡고 있다. 이는 반대로 언제든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 여기에 ‘백골단 사태’ 등 중도층의 피로감을 높이는 사건들도 계속 터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설령 돌아온다 해도 과연 리더십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이 지지율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윤 대통령의 정치 실패가 곧 ‘보수의 실패’로 이어져서는 안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보수 지지층이 온전한 철옹성을 쌓아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권이 무력하게 쓰나미에 쓸려가는 걸 잠시 막아주고 있는 형국이다. 여권이 쇄신을 논하려면 이러한 차이점을 깨닫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깨달음의 구체적 시험대는 특검법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야권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의 일부 조항을 제거한 자체 계엄 특검법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일반 국민도 수사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내란선동·선전 혐의와 북한의 공격을 유도했다는 외환 혐의 조항은 삭제할 것으로 보인다. ‘치킨게임’ 대치국면에서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지만, 민주당과 어떻게든 협상이라는 국회의 본기능을 살려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특검법 협상 과정에서 적어도 ‘국민적 눈높이’에 맞출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자력자강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