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총파업이 금융 시장에 미친 영향이요? 없죠. 인터넷뱅킹, 영업점 전산망 등 전산 시스템이 모두 정상 가동됐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영업점을 찾은 일부 고객이 불편을 겪었을 순 있지만, 금융 거래는 차질 없이 이뤄졌습니다. 은행이 필요 이상의 인력과 점포를 두고 있다는 사실만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죠.”
사석에서 만난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업은행 총파업 여파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 임금 차별과 수당 체불 등을 명분으로 사상 첫 단독 총파업을 단행했다. 파업에는 전체 노조원 8295명 중 약 50%인 4200여명이 참여했다.
기업은행 전체 직원(1만3439명) 3명 중 1명꼴로 자리를 비웠지만, 혼란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지점장 등 책임자와 본부 직원들이 직접 고객 응대에 나섰고, 창구보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입출금 거래(대출 신청 포함) 기준 인터넷뱅킹 비중은 83.2%다. 은행 영업점을 통한 대면 거래 비중은 2005년 1분기만 해도 26.9%였으나, 지난해 1분기 4.1%까지 떨어졌다.
파업의 파급력은 미미했고, 되레 ‘직원을 줄여도, 은행은 잘만 돌아간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돼버렸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노동을 중단해도 아무것도 멈춰 세우지 못하는 파업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좁아진 은행원들의 입지를 보여주는 자충수가 된 것 같아 씁쓸했다”고 했다.
파업의 명분도 큰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보다 임금이 30% 이상 적다며, 국책은행이란 이유로 ‘임금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2023년 말 기준 평균 연봉은 8528만원으로 4대 은행 평균 연봉(1억1368만원)보다 33.3%(2840만원) 적다. 공무원 임금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임금인상률이 제한된 탓인데, 노조는 공공기관인 덕에 누리는 ‘60세 정년 보장‘ 등 고용 안정성은 쏙 빼놓고 시중은행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노조는 역대급 실적을 이유로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여론은 싸늘하다. 금리가 올라 ‘이자 장사’로 벌어들인 돈이 늘었을 뿐, 혁신과 성장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15일 ‘성과급 300%+1000만원’을 요구하며 사측이 수용하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전포고했으나, 여론이 악화하자 한발 물러섰다.
금융이 은행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다가왔다. 비대면 거래는 늘고 있고, 테크 기업들의 참전으로 금융 시장의 판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노조의 파업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지도,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도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1차에 이어 2·3차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외통수에 몰리지 않도록 기업은행 노조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