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두지만 기자는 단 한 번도 탕후루를 먹어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먹을 생각이 없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기 때문이다. 탕후루는 과일을 꼬치에 꽂아 끓인 설탕을 입혀 굳혀 먹는 중국식 간식이다.

하지만 탕후루 회사의 대표가 국정감사에 불려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조금 의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다음 달 국정감사의 일정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안 명단을 확정했는데, 여기에 국내 인기 탕후루 프랜차이즈 ‘왕가(王家)탕후루’를 보유한 달콤나라앨리스의 김소향 대표가 포함됐다.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한 김 대표는 청소년들의 설탕 과잉 섭취 문제에 대한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설탕 섭취를 부추기는 간식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탕후루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발간한 ‘배민트렌드2023 가을·겨울편’에 따르면, 지난 7월 배달의민족 내 탕후루 검색량이 지난 1월 대비 47.3배 늘었다. 지난해에는 검색어 순위에 오르지 못했는데, 급격히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부터 9월 9일까지 냉동·간편 조리 식품 분야 10대 인기 검색어 1·2위 모두 탕후루 관련 키워드였다. 1위가 아이스 탕후루, 2위는 탕후루였다. 탕후루는 올해 상반기에도 냉동·간편조리식품 부문에서 10대가 가장 많이 검색한 제품 1위였다.

그런데 탕후루 하나만 당 과다 섭취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뚱카롱(크림 부분을 꽉 채워 뚱뚱하게 만든 마카롱), 개성주악, 약과 등 유행하는 디저트들 모두가 당 과잉 섭취 지적에서 과연 자유로운가.

전반적으로 한국인들이 ‘당 섭취에 대한 역치’가 많이 낮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음식이 많이 달아지고 있다’는 지적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등으로부터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의 20·30대 당뇨 환자 통계를 보면 이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표적 만성질환인 2형 당뇨병(후천성 당뇨병)을 가진 20대 환자 수는 지난 2021년 3만2411명으로 2017년(1만 8783명) 대비 약 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환자도 31% 늘었다.

‘슈거 보이’로 스스로를 칭하면서 설탕을 팍팍 넣는 모습을 보여줬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설탕을 많이 넣는 것에 해방감을 느끼도록 하는 분위기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탕후루는 그냥 당대에 유행하는 간식의 한 종류일 뿐이다. 당 과잉 섭취의 원흉이라고 보는 건 지나친 침소봉대(針小棒大)다. 우리 어릴 적 먹던 달고나, 황금 잉어도 다 설탕 가득 한 스푼 넣어서 만든 음식들이었다. 그 간식들 한번 안 먹은 기성세대가 있을까. 달고나는 괜찮고 탕후루는 나쁜가.

오히려 국민 건강의 개선을 위해 전반적으로 음식에 들어가는 당류를 줄일 수 있도록 국민 식생활 개선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국회의 역할로 생각된다. 왕가탕후루 대표를 국회로 부르는 걸로 대체 어떤 결과를 원하는 건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