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하락무새’라 불리는 부동산 가격 하락론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하락무새’란 부동산 가격 하락을 앵무새처럼 끊임없이 주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들이 근거 없이 비관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국내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연말 비상계엄 사태 직후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소비가 위축됐고, 그 여파는 고용과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1.6%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호조를 보였던 수출도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으로 예고된 ‘관세 폭탄’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인구 감소는 부동산 하락론자들이 하락의 근거로 자주 언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인구가 줄어들면 부동산 수요가 감소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로 수요가 줄어들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건설 경기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조정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점도 하락론자들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나치게 부동산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놨다. 특히 임기 초부터 최저 1%대 금리의 신생아 특례 대출에 26조 원을 투입하며 부동산 경기 부양에 집중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상황에서 분양시장이 위축되면, 건설사는 아파트와 택지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가계의 대출을 유도하고 청약 제도를 변경해 유주택자도 분양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보면 하락론자들의 전망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 거래량은 극단적으로 줄었고,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부 재개발, 재건축 등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나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대출 규제와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겹치면서 시장이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겹쳐 매수 심리가 당분간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락론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도 있다. 지난해 연말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권 교체 가능성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겼다. 만약 정권이 교체된다면,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좌파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오히려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비해 일부 자산가들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간주하며 강력한 규제를 펼쳤지만, 집값 폭등과 임대료 상승을 막지 못했다. 과거 좌파 정권은 임차인을 주거 약자로 설정하고, 주거권 강화를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주택 공급보다는 수요 억제 정책을 우선시했고, 민간 분양시장보다는 임대주택 공급에 집중했다.

과거 정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보면, 좌파 정권인 노무현, 문재인 정부 시절 각각 71%, 81% 상승한 반면, 우파 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각각 -5.66%, 17.73% 상승에 그쳤다.

부동산 가격은 정부의 정책뿐 아니라 금리, 인구 구조, 선호 지역 변화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 정권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시장의 경험칙은 이런 일반적인 상식을 무시할 정도로 굳건하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도 상승 또는 하락에 배팅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시장의 흐름은 좌파 정권에서는 상승하고, 우파 정권에서는 하락하는 단순한 패턴이 반복될 리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두 번 반복되었을 뿐이다.

만약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면, 새로 집권한 세력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혀 다른 방식의 정책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서 집값은 정권의 존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기업, 가계의 도산 등 경제 불황이 다가오면, 아무리 좌파 정부라도 이전과 같은 부동산 억제 정책을 계속 추진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