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지난 26일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 ‘AI 브리핑’을 공개했다. 네이버는 2023년부터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큐’를 운영 중이었지만, 베타 서비스 형태로 일부 이용자에만 한정적으로 제공해 왔다. 정식 AI 검색 서비스가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브리핑은 특정 키워드 검색 시 장소, 콘텐츠, 최신 인터넷 트렌드 등에 관련된 정보를 요약해 페이지 상단에 보여준다. 현재 이용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실시간 키워드까지 한눈에 보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이전처럼 직접 검색해 나온 링크를 일일이 클릭하며 정보를 확인하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
다만 구글 등 경쟁사에 비해 AI 검색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드문 점은 아쉬웠다. 대부분의 키워드에 대한 AI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보니 서비스의 편의성을 체감하기가 어려웠다. 네이버의 AI 브리핑 기능을 직접 사용해 봤다.
◇ 영화 줄거리부터 관광 명소까지 요약해 정리
네이버의 ‘공식·멀티출처형’ AI 브리핑은 검색 엔진이 수집한 다양한 웹문서를 AI가 분석, 답변과 함께 다양한 출처를 요약해 제공하는 기능이다. 최신 영화·드라마 등에 대한 정보나 인터넷 트렌드에 관한 정보를 알고 싶을 때, 수초 만에 파악할 수 있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인 ‘폭싹 속았수다’의 줄거리를 검색해 봤다. 그러자 “195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당찬 소녀 오애순과 묵묵한 성실함을 지닌 소년 양관식의 사계절을 담은 사랑 이야기”라는 설명과 함께 전반적인 이야기를 AI가 요약해 보여줬다.
최근 유행했던 인터넷 밈(Meme)인 ‘칠(Chill) 가이 뜻’을 검색하자, “‘칠가이’는 디지털 아티스트 필립 뱅크스가 만든 캐릭터로, 느긋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상징하는 인터넷 밈”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숏텐츠형’ AI 브리핑은 콘텐츠를 요약해 주요 내용을 빠르게 파악한 뒤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추가 정보를 확인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폭싹 속았수다’를 검색하면 ‘드라마 숏텐츠’라는 탭이 활성화됐다. 이 탭을 클릭하면 현재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드라마 관련 주요 소식을 알려줬다. ‘극 중 아이유가 결혼식에서 눈물을 흘린 이유’ ‘쿠팡 HBO 평점 순 드라마 추천’ 등 다양한 정보를 한 페이지 안에 요약해 보여줬다. 과거 네이버 실시간 검색 기능처럼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편리했다.
‘플레이스형’ AI 브리핑은 사용자가 특정 지역과 관련된 정보를 깊이 있게 탐색하도록 돕는다. ‘오사카 여행’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오사카 지역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꼭 먹어야 할 음식, 야경 명소, 접근성 좋은 숙소 등을 항목별로 나눠 알려줬다. 도쿄나 교토 등 다른 일본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여행 가기 전 도착지에 대한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이다.
◇ 키워드 10개 검색하면 1~2개 나올까 말까
다양한 기능을 갖췄지만, 대체로 AI가 분석한 결과를 얻기가 어려운 점은 아쉬웠다. 일례로 ‘폭싹 속았수다’에 관한 줄거리는 분석해 줬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톱 10(3월 기준) 중 ‘마녀’ ‘눈물의 여왕’ 을 제외한 나머지 7개의 AI 분석 결과는 없었다. ‘오사카’ ‘도쿄’ ‘교토’ 등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분석해줬지만 베트남 다낭 등 다른 인기 해외 명소와 부산, 제주도 등 국내 주요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대체로 키워드 10개를 검색하면 1~2개에 대한 AI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AI 브리핑 분석 결과를 원하더라도, 실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어려워 아직은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검색 서비스 ‘AI 오버뷰’를 지난해 12월부터 제공해온 구글에선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구글도 모든 키워드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진 않지만, 네이버보다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았다. 키워드 뒤에 ‘이유’라는 단어를 붙이면 대체로 AI 분석 결과를 보여주는 식이다.
‘배가 고픈 이유’ ‘볼드모트가 해리포터를 해치려는 이유’ ‘BTS가 해외에서 인기 있는 이유’ ‘손흥민이 토트넘에 간 이유’ 등 다양한 분야의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원하는 결과를 제공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 검색 서비스를 구현할 때 포털에 있는 파편화된 데이터를 모아 통합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면서 “그래야 다양한 검색어를 AI가 인식하고 정확한 분석을 내놓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는 이 같은 데이터 통합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모델의 성능이 타사보다 낮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향후 AI 브리핑 제공 범위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검색 점유율 2위 구글을 저지할 만큼 킬러 서비스가 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