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 인수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금액을 쏟아붓습니다. 인수가가 무려 46조8000억원이라고 합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 각 사가 클라우드 사업 고도화에 나서면서 사이버보안 업체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 AI 시대 사이버보안 중요… 클라우드 뚫리면 피해 막심

구글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와 320억달러(약 46조8000억원)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인수 추진 당시 제시한 230억달러보다 90억달러가 높아졌으며, 구글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라고 합니다. 이번 인수 금액은 2012년 모토로라모빌리티(125억달러) 인수 가격의 2.5배를 웃돕니다.

위즈는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 업체로,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의 보안 위험을 찾아내 제거하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출신 사이버보안 전문가이자 마이크로소프트(MS) 전 임원이었던 아사프 라파포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0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위즈는 구글뿐만 아니라 아마존, MS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구글 측은 이번 인수에 대해 “새로운 위험에 대한 방어와 국가안보 보호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AI 시대에 클라우드 보안 개선과 멀티 클라우드 능력을 가속화하기 위해 구글 클라우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타트업인 위즈의 몸값이 폭등한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 빅테크들이 클라우드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클라우드 사업에서는 ‘보안’이 아주 중요합니다. 클라우드에는 고객들의 중요 데이터가 저장돼 있어, 해킹을 당하면 그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사이버보안 시장 규모가 2023년 1904억달러(약 264조84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2985억달러(약 415조200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구글은 2022년에도 사이버보안 업체 맨디언트(54억달러)와 시엠플리파이(5억달러)를 인수했습니다. 맨디언트는 지난 2004년 미 공군 특수 수사요원 출신들이 설립한 회사입니다.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의 사이버 공격을 추적하는 사이버 공격 감지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두 업체 인수 이후 구글클라우드 매출은 2022년 262억8000만달러에서 지난해 432억2900만달러로 올랐습니다.

◇ MS·아마존·IBM도 보안 기업 ‘쇼핑’

구글의 경쟁사들도 사이버보안 기업 M&A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MS는 2021년 클라우드 접근 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클라우드녹스 시큐리티’와 위협 정보 제공 기업 ‘리크스IQ’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MS는 또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루브릭에 투자했습니다. 루브릭은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를 보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인데,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했습니다. MS의 보안 분야 매출은 2023년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아마존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사이버보안 기업에 투자해 왔습니다. 2018년 위협 탐지 기업 스쿼럴을 인수했고, 2017년에는 하베스트에이아이, 2019년에는 클라우드엔듀어를 차례로 인수했습니다. 2021년에는 무료 암호화 메신저 앱 위커 미에 투자했습니다.

IBM은 지난 2022년 사이버보안 기업 ‘란도리’를 인수했습니다. 2018년 설립된 란도리는 외부에 공개된 취약점을 찾아 대응하는 공격표면관리(ASM) 솔루션 기업입니다. 시스코는 사이버보안·분석 기업인 스플렁크를 지난해 3월 280억달러(약 40조원)를 들여 인수했습니다.